Give-and-take VS Giver's Gain?
남편도 아이들도 과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매주 제철 과일로 제법 많은 양을 사는 편이다. 아파트 알뜰 장에 오는 과일은 맛으로는 항상 90점 이상이지만 값도 비싸고, 많이 사도 서비스나 에누리가 전혀 없어, 사면서도 좀 재미가 없었다. 얼마 전 큰길에 새로 연 과일가게는 과일 맛도 나쁘지 않은 데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항상 서비스를 챙겨 주시는 편이라 한 동안 선물용과 집에 먹을 과일까지 꽤 많은 매출을 올려드렸다.
며칠 전, 가게 사장님이 딸기가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네 팩들이 한 상자를 권하길래 보지도 않고 두 팩을 샀다. 다음 날 아침 닦으려고 열어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 상하기 시작한 상품이었다. 다음날 일정이 바빠 교환도 못하고, 환불. 교환에 드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아까워 그냥 반쯤 갈아먹다 다 못 먹고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꽤 많이 과일을 샀는데 아무리 재고 처리가 필요해도, 맛있다며 사장님이 4팩이나 권하시던 게 떠올라, 과일가게에 다시 발길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딸기 재고 없애려는 급한 마음에 사장님은 단골을 잃으셨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일하며 연봉 10억 버는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다소 직선적인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애 키우며 자유롭게 일하고 돈까지 벌고 사는 삶은 나에게도 오랜 염원(?)이라 구입해 읽기 시작했는데, 혼자 창업의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성공의 법칙이 잘 정리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특별히 내가 항상 고민하던 부분에 대해 답을 주는 부분이 있어 반가웠는데, 그것은 바로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give-and-take가 아닌 giver’s gain이라는 관점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하나를 내어주면 상대방도 하나를 내주기를 기대하는 give-and-take가 아닌, 내가 기대치보다 훨씬 더 많이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면, 감동받은 소비자가 단골 고객이 되는 동시에, 입소문을 내어 내 브랜드, 내 사업을 홍보해주는 등 궁극에는 더 큰 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SNS의 영향으로 입소문의 전파속도와 파급력이 더 커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었다.
친정 엄마는 늘 손이 커서 음식이고 물건이고 많이 사셔서, 형제들, 자식들 나눠 주시고 사셨다. 남들한테 베풀 때는 정성을 다해 베풀고 거기서 끝내라며, 상대방이 내게 똑 같이 돌려주기를 바라지 말라고 하셨다. 덕을 쌓으면 잘 살게 되어 있다며, 시아버지도 잘 모시고, 시동생들까지도 다 챙기며 사셨다. 앞으로 차가 끼어들면 기꺼이 넣어주시며 일이 바빠서 그러려니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세상은 왠지 계산하는 잘하는 사람이 잘 사는 듯했다. 심지어 내 건 안 내어주고, 남의 것으로 이득 보는 뻔뻔함을 가진 사람이 똑똑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끼어드는 차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면서, 속으로는 ‘내가 바보인가?’ ‘이렇게 살다 가는 호구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의 고민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맞았던 거다. 내가 내 할 도리 다 하면 그게 덕이 되어 내게 단골 고객으로, 입소문으로, 결국은 사업의 성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이제 자책감 없이, 큰 고민 없이 끼어드는 차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교육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엄마라는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 상황에서, 나의 이성은 옳은 결정을 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나의 마음까지 납득을 시키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다니던 회사의 인사발령 소식이나 SNS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 후배들을 보면 우울한 감정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와 똬리를 틀었다가, 아이들이나 남편이 무심코 한 말과 행동에 분노의 방아쇠가 당겨져, 그 들로서는 영문 모를 화풀이를 해대기 일쑤였다. 여자에게 결혼이, 자식을 키우는 일이 도대체 남는 장사가 아닌 듯했다.
결혼이나 출산 앞에 고민하는 후배가 있으면 “힘들지만 얻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안 할 수 있으면 안 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식의 충고를 해주곤 했다.
우울감이 나를 이상한 괴물로 만들어갈 까 봐 두렵기도 했고, 또 언제든 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일하던 미디어 업계로 다시 돌아간다면 스토리텔링 기법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브런치 첫 화면에 뜨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이라는 말을 남긴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공부하는 과정에 등록했다. ‘나니아 연대기’는 영문학자이자 기독교 변증가인 CS루이스가 아이들을 위해 쓴 책이다. 크리스천 복음과 인생 여정이라는 다소 진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쉽고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인물 묘사와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된 상황 설정이 누구든 쉽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나니아 연대기'는 길고 지루한 텍스트를 멀리하는 영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어떤 글을 써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 24주 과정, 3학기를 나니아 연대기와 C.S. 루이스에 빠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지냈다.
미디어 회사에 일하면서 내 마음속에는 늘 글쓰기, 컨텐트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직군이 나눠져 있는 직장 내에서, 커리어가 경영 쪽인 나에게는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을 하고, 영업을 통해 회사 사업을 관리하는 일이 맡겨졌다. 그 일들도 즐거웠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 안에 컨텐트를 만들고 싶고, 내 안의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책을 낸 것도 아니고, 구독자 수도 많이는 늘지 않지만, 글을 쓰는 내가 좋다. 특히 나 자신의 삶과 생각에 몰입해 글을 쓰는 과정의 희열이 대단하다. 무슨 일이든 허접한 시간을 견뎌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들 한다. 아직은 허접해서 답답하고, 독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글을 구상하는 내내, 가볍지 않으면서 쉽게 이해되는 글을 쓰려는 욕심에 기억 속 C.S. 루이스를 소환한다.
크게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하고 싶은 에너지가 생기고, 틈만 나면 어떤 글을 쓸까를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신기하기도 하다. 마치 오랫동안 몸에 덜 맞는 기성복을 입다 몸에 맞는 맞춤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좋아하는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 아이들 덕분에, 고단하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생각지도 못하던 글을 쓰는 멋진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 남는 장사가 아닌 듯하던 아이 키우기에 대한 생각도 바뀐다. 인생 여정을 바라보는 렌즈를 조금만 줌 아웃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도 ‘꽤 남는 장사’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을 지나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아기 엄마들을 보면 “어려워도 기다리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라고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