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찾은 우리 모두의 갈망
스마트폰이 모두에게 제1의 매체가 된 지금, 브랜드와 기업의 입장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되었다. 내가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던 3-4년 전에도, 광고를 싣는 브랜드들이 이미 인쇄매체의 발행부수보다는, 홈페이지 트래픽과 SNS 팔로워 수를 기준으로 광고매체를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시선(Eyeball)을 홈페이지로 유입시키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일을 그만두고서, 한동안은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한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듯해서 소셜미디어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글도 쓰고 무언가 다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스마트폰 뒷화면으로 보내 버렸던 소셜미디어의 아이콘들을, 홈 화면으로 다시 데려와, 시간이 날 때마다 지인들의 근황도 찾아보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하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사람들과 직접 만남이 어려운 요즘, 부담 없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채널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하나씩, 둘씩, 직접 포스팅도 해보고 있다. 포스팅 하나 하고서 몇 명이나 좋아요를 눌렀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는 ‘소심한 관종’의 삶을 얼마간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생각에 빠져든다.
일단, 지인들 중 오랜 시간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투자하여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포스팅과 ‘좋아요’의 수를 보면서 세상은 역시 공짜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포스팅의 수백 개씩의 좋아요가 달리는 그들의 미디어 파워를 실감하는 순간 갈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일단 시작한 일이니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생안하고 쉽게 팔로워 수 늘리는 소셜 마케팅 교육’ 광고를 클릭했더니, 똑똑한 알고리즘이 온갖 SNS 마케팅 교육 정보를 가져다 준다. 샘플 영상을 돌려 보면 주로 테마 컬러를 정해라, 올리는 시간을 잘 정해라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이다.
정작 어떤 내용에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팔로워 수를 많이 가진 인플루언서들은 매일 예쁘게 화장하고, 근사하게 차려 입고, 좋은 곳에서 플레이팅이 훌륭한 음식을 먹으며 그 일상을 올리는데, 사진을 위해 차려 입고 셀카를 찍어 올리는 것도 오글거리고, 매일 새로운 곳을 가고, 그림 같은 음식을 먹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것도 아닌 나 같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떠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의 ‘데이터의 행간을 읽는 분석 본능’이 발동되어 ‘좋아요의 숫자’의 이면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팔로워 수 200인 사람이 얻은 50개의 좋아요’와 ‘팔로워 수 1만 명이 넘는 사람의 100개의 좋아요’는 과연 어느 쪽이 반응이 있는 걸까? 퍼센티지로 따지면 전자는 25%, 후자는 1%인데 그렇담 절대적인 수는 적어도 전자 또한 후자 못지않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팔로워 수’라는 밭에 비해, ‘좋아요’라는 열매수의 비율을 따지며 모두의 포스팅의 내용과 ‘좋아요’ 수에 대해 분석을 하기 시작하니,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삶에 눌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가지 관찰한 바를 정리해보니 소셜미디어의 세계도 어쩔 수 없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1. Originality! 남과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포스팅이 좋아요를 얻는다. 개성은 한. 두 번의 포스팅으로 표현되기 어렵다. 처음엔 반응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어떤 분야를 파는 전문가로 인식되면 사람들은 반응한다. 한 사람의 용기, 열정과 노력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는 듯하다.
2. 말보단 행동! 쉽게 얻은 것에 대한 포스팅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읽은 책에 대한 포스팅, 공부하는 것에 대한 포스팅은 하나, 하나가 별로 큰 반응을 얻지는 못한다. 그런데 읽은 내용과 일치하게 행동으로 사는 모습을 보이면 반응이 온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에 대한 책에 대한 포스팅보다는, ‘자신을 찾기 위한 맞춤옷’에 대한 반응이 더 좋다.
3. 피로 쓴 글, 땀으로 쓴 포스팅! 독일 철학자 니체가 “나는 모든 글 중, 피로 쓴 글만을 사랑한다.”라고 했던가! 삶의 역경을 딛고 얻은, 값진 가치들을 나눌 때, 사람들은 크게 반응한다. 나의 경우, 장애로 어려운 세월을 사시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언제나 가장 높은 수준의 반응을 만들어 낸다.
4. 치유하는 자연! 미국의 19세기 정신을 이끈 작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자연’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이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느낀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일상을 위협하는 지금 사람들은 더더욱 자연 속에서 치유받고 싶은 듯하다. 나무와 바다, 자연은 언제나 평균 이상의 반응이 보인다.
5. 진부하지만 그래도 사랑! 사람들을 반응하게 만드는 건 역시 사랑인 듯하다. 가족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누구도 딴지 걸지 않는 ‘좋아요를 부르는 이야기’인 듯하다.
완전히 개인적인 관찰의 결과지만 정리하고 보니,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갈망을 정리한 인문학 강의의 리스트 같기도 하다. 마케팅 강의보다는 인문학 강의를 찾아보아야 하나?
어쩌면 더 이상의 강의도 필요 없을지 모르겠다. 그저 나와 나 자신의 자신의 주변을 사랑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하나라도 아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갈 때, ‘그러한 삶이 문체가 되고 포스팅의 색깔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풍성하고, 아름다워, 타인들의 ‘좋아요’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에 다다르니, 이제 그만 '좋아요'를 확인하던 전화기는 내려놓고, 온라인 수업에 지친 아이들 간식이나 챙겨줘야겠다 싶어 몸을 일으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