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 우종영 <나는 나무에서 인생을 배웠다.>
지인이 운영하는 공부모임에서 커피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 한 분이 공부 잘하는 아들 자랑을 시작하셨다. 아들에게 영어성경을 읽게 했더니, 학원에 가지 않고도, 1등급의 성적을 유지하며, 학부형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단다.
‘영어 성경을 읽으면 1등급 받는다고?’ 귀에 콕 박힌다. 한데 나도 읽기 어려운 그 두꺼운 성경을 어떻게 읽게 하지? 그것도 영어로?
집 앞 교회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강좌 안내 팸플릿이 눈에 들어왔다. ‘달란트를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5차원 달란트 교육’. 부제는 “성경적 5차원 전면교육 학습법” 다소 생경한 내용이었지만 혹시나 ‘1등급으로 인도하는 성경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서둘러 수강신청을 했다.
교육의 핵심 메시지는 ‘부모가 먼저 하라. 부모가 굳은 몸, 안 되는 머리로 고군분투하며 노력하고 변화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라는 것이었다.
외국서 공부하거나 외국인들과 일하면서 성경에 대한 이해가 아쉬울 때가 많았다. 성경은 서양문화의 근간이 되는 경전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읽어 보려 여러번 시도는 했지만, 도무지 되지가 않았다. 성경 읽기 가이드 책 만도 다섯 권쯤 서재에 꽂혀 있었다.
흠! 그땐 그 때고, 아들이 1등급 된다는데 못할 것이 있겠는가?
교회 비전 통독 성경 읽기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다른 과정은 일 년, 9개월인데 이 과정은 3개월이란다. 빨리 읽어야 빨리 아들 성적 올리지.
주 6일, 일요일만 빼고 성경을 읽었다. 하루 분량은 대강 10장 정도. 만만치 않은 양이다. 성경을 펴 놓고 정독해서 읽으려면 한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낮 시간보다는 새벽에 일어나 읽으니 집중이 잘 된다.
그렇게 지금까지 4학기 4번째로 성경을 읽고 있다.
이쯤 되니, 성경을 제대로 읽으면, 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 자신감이 생긴다!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으니, 장르를 불문하고 책 읽기가 두렵지 않다.
시편 같은 문학 장르를 읽으면서 감성이 길러진다. 구약의 끊임없는 역사 이야기를 읽으며 역사의식이 생긴다. 신약의 많은 부분, 특히 바울의 서신서 등은 심오한 철학의 내용을 다룬다. 이러한 글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이 크게 증진된다. 이걸 다 읽고 나면 어떤 책이든 글이든 별로 두려울 게 없다.
2. 엉덩이 힘이 길러진다.
긴 성경을 읽는 것은 인내심을 기르는데 최고의 방법이다. 성경의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해가 안 돼도 그 많은 양의 글을 읽다 보면 버티는 힘이 길러진다.
3. 부지런해진다.
성경을 읽는 것은 정신이 분산된 시간에 효율을 얻기 어렵다. 실제로 아침 일찍 일어나 해 놓지 않으면, 오후에 삶 속에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일찍 일어나 생활하며 집중력이 좋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4. 언변이 좋아지고 글도 쓰게 된다.
성경은 그 자체가 은유와 비유의 보고다. 성경을 계속 읽으니 상징법과 비유법에 대한 이해가 늘어 말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다.
이 정도는 예견할 수 있는 효과였다. 1등급 가능할 것 같았다.
의외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조금은 억지스러우나 사실이다.
5. 다이어트가 된다.
TV에도 자주 나오시는 훈남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책'지혜의 심리학'에 따르면 ‘은유는 인지적 자원을 엄청나게 소모시키기 때문에 생각이 육체노동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에너지 소비량은 생각의 깊이가 깊을수록 증가한다.’라고 한다. 그래서 시인 중에 뚱뚱한 사람이 드물 단다. 실제로 나의 경우도 성경을 열심히 읽으면서 체중 유지가 어느 정도 가능했다.
6. 인생 가성비가 최고가 된다.
신약에는 예수가 끊임없이 약한 자 소외된 자를 사랑으로 돌보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 세상의 작은 자들에게 관심이 가고 세상의 부귀영화가 덜 중요해진다.
2년간 성경통독을 생활화하며 변화를 겪고 나니, 아이들에게도 누구에게나 성경이 유익이 되겠구나 싶었다. 방학 틈틈이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다. 대신 학원 하나는 빼 줬다. 아빠가 읽어야 아이들도 읽는다며 남편도 못 살게 굴었다.
방학 동안 미국 친척집에 다녀온 아이들이 유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까지 나가서 꼴찌 할 필요는 없으니 영어공부를 시켜야겠다 마음먹었다. 영어로 성경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찾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서울 크리스천스쿨로 아이들을 전학시켰다. 외국인 선생님들과 영어로 성경을 매일 배울 수 있는 학교다.
중1. 5학년 아이들을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교에 적응시키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그 과정을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적응을 해서 영어로 성경을 암송도 하고, 어려운 원서 교재로 공부한다. 1년이 지나니 내가 경험했던 효과들이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나타나는 듯하다. 아직 1등급 정도는 아니지만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3년간 '1등급으로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니 나오는 결과이다.
참고로 나는 단 한 번도 아이의 1등급이 목표였던 적은 없다. 그저 아이가 자신 안에 들어있는 가장 좋은 씨앗을 싹 틔우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학업에서의 열등감과 패배감을 없애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목표였다.
이렇게 세상적인 사심을 가지고 시작한, 3년간 “성경 읽는 삶”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이 풍성해진 것을 느낀다. 누구에게든 강추하는 바다.
성경을 포함한 모든 경전은 종교와 사상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이다. 내가 누렸던 효과는 성경뿐만 아니라 어떤 어려운 경전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오디세이아나 일리아드 같은 그리스 문학도 좋다. 어떤 인문학도 좋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