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훈련 매뉴얼

엄마라는 이름의 천사가 빛을 찾는 방법

by 블루비얀코

1. 세상 모든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우리 신들이 일일이 다 지키기 어려우니 아이를 지킬 천사를 한 명씩 두도록 한다. 그 천사들의 마음속에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심어 둘 것이라, 천사 임무 수행 과정 내내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경험이 없고, 귀가 얇아, 세상의 오염된 소리에 자꾸 흔들릴 테니, 우리 신들이 특별히 밀착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2.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천사들은 아이를 맡기 위한 준비를 할 거다. 예쁜 옷과 폼나는 유모차를 준비하겠으나,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건강한 천사의 몸과 어떠한 상황에도 눈과 귀를 아이에게 집중하는 집중력이니 이것들을 잘 준비시키도록 한다.


3. 아이가 자라 걷기 시작하면, 천사들이 마음이 집중력을 잃고 <아이 교육>이란 우상을 섬기기 시작하는 시기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4. 오래전 장 자크 루소라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인간이 쓴 <에밀>이라는 교육 인문서가 교육의 진리들을 담고 있어 읽게 하는 것이 좋으나, 요즘 천사들이 모바일 폰에만 빠져 도무지 책을 읽지 않으니,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들은 안 읽으면서,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게임 그만하고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겠지.


5. 천사들은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들을 이용해, 교묘하게 ‘학습화’를 할 것이다. 마법천자문 만화를 보고 한자에 관심이 생기면, 절대 지체하지 않고 한자 학습지를 드리 밀고, 책을 좋아하면 논술 학습지를 시키거나 전집을 읽게 할 것이다. 아이들은 그나마 있던 관심이 떨어지며 다시는 그것들을 들여다보지 않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한참 돌아가는 길로 빠지게 되나, 어쩌겠나! 천사들은 꼭 넘어져봐야 깨닫는 존재들인걸.


6. 천사들은 보통 이 시기에, 천사들 간 브런치 모임을 통해, 학원과 선생님의 정보를 얻는다. 학원 한 곳에 아이를 등록시키겠지. 곧 남의 아이의 학원 족보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에게는 무용지물이란 걸 알게 될 거다. 비밀은 자기 아이 안에 있는데, 왜 자꾸만 남의 아이한테서 답을 찾으려는 건지 참.


7. 요즘 대학입시에 수시라는 '각자의 적성에 맞는 교육' 체제를 도입한다고 천사들이 난감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랫동안 온갖 신경을 내 아이가 아닌, ‘친구 천사 아이’나 소고기도 아닌데 ‘1등급 아이’들에만 맞춰왔으니 ‘대략 난감’ 일거라 생각한다.


8. 공부가 아니다 싶으면 예체능 분야에 관심을 돌리게 될 거다. 운동, 음악, 미술 다양한 분야의 가장 창의적인 교습법을 가진 선생님을 찾아 비싼 학원비를 내고 등록시킬 거다. 빨리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를 바라며 학원비를 대기 위해 돈 벌기에 매진할 것이다. 오래지 않아 아이가 싫증을 내거나, 별다른 결과 없이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꾸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결국은 학원도 그만두게 될 거다.


9. 힘들어진 아이가 외롭고 힘들어 자꾸 반란을 꾀할 거고, 답을 달라고 천사가 절규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가 본격적인 천사 훈련을 시킬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10. 천사의 기본으로 돌아가 ‘천사의 삶의 매뉴얼’로 준 성경을 매일 한 시간씩 읽고, 읽은 내용에 대해 일기를 쓰게 한다. (천사들은 도대체 매뉴얼도 없이 어찌 그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힘든 천사의 임무를 수행하고 살아가려 하는지….)


성경이 아니어도 좋다. 불경이든 코란이든. 무조건 1,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면 된다. 일단 매일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함이고, 아이가 암기과목을 싫어하는 이유는 남편 천사가 아니라 자신 닮아서 라는 걸 알게 함이다.


매뉴얼 속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힘없고 작은 존재인지, 그럼에도 많은 걸 누리고 있다는 것에, 나의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런 내가 자신에게 잘못된 남편 천사와 아이를 돌보도록 맡긴 게 아님을 믿게 될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아이와 남편 천사를 향해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겠지.


그러면서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아이의 마음을 보게 될 거고 듣게 될 거다. 아이와 남편 천사와의 관계가 좋아질 거고, 일단은 천사의 가족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단 한 번만 시키면, 좋은 걸 알고 계속하게 될 거다.


자신 스스로가 좋은 걸 알게 되면 가만히 못 있고, 꼭 남편 천사와 아이에게도 권하게 되는 때가 오는데, 이때가 매우 중요하다. 매뉴얼 읽기가 좋다고 남편 천사와 아이에게 밥해주는 것을 게을리하거나, 매뉴얼 공부나 교회 모임으로 자주 집을 비우면, 그들이 평생 매뉴얼에서 멀어질 수도 있음을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성공하면, 남편 천사가 어느 날 앱에서 흘러나오는 성경 말씀을 들으며, 교회 오빠에게서 나는 빛을 내고 있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거다. 책에서 멀어졌던 아이가 눈빛이 달라지고 성경을 외우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거다.


경우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남편 천사나 아이들도 있는데, 이미 성경 읽기를 통해 세상의 시간을 줌 아웃해 길게 보는 훈련이 되었으니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거다.


11. 이 과정을 통해 엄마 천사는 아이 교육이라는 우상을 섬기며 잃었던 '천사의 빛'을 다시 찾게 될 거다.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아이 교육에 대한 답뿐만이 아닌, 자신 삶의 빛까지도 찾아 다른 천사들로부터 요즘 화장품 바꿨냐, 피부과 시술했냐는 소리를 듣게 될 거다.


12. 아이에 대한 사랑은 충만하나,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생겨난 의심과 게으름으로 과정을 따라오지 못하는 천사가 분명히 있을 거다. 그 천사는 반드시 가까운 다이소 매장으로 데려가 2000원짜리 퍼즐 박스를 하나를 쥐어 주고 평생 간직하게 해야 한다. 내가 답을 보여주기 위해 귀한 내 아들을 모델로 써서 만든 것이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인생이란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다 보면 결국은 알아내게 될 것이다.


13. 답은 그저 ‘사랑’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