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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함께 세계여행

브로드빌 in 월스트리트

by 블루비얀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중 하나는 터키석색이다. 블루에 흰 물감을 섞으면 만들어지는 그 색은 자체로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새 사진을 찾다 보면 어찌 이렇게!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색 배합을 지닌 새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 계정에 저장된 페이지의 8할은 주로 아름다운 새가 차지한다.


칠흑처럼 검은 몸, 붉은색 목덜미에 부리만 터키석색인 새를 발견했다!


브로드빌,


우리말로 넓적부리새란다. 태국에 주로 많이 산다는데 몸의 진한 색은 저승사자와도 같고, 부리의 파스텔 빛 터키석색은 천상의 것인 양 그 대비가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그려봐야지.


그러면 이 녀석을 어디로 데려갈까? 딱 보기에 기가 보통이 아닌지라 여기다 싶었다.


월스트리트!


월스트리트의 마천루 앞 표지판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잡고 있는 브로드빌의 모습은 언젠가는 월스트리트를 접수하겠다는 듯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 보인다.


'새와 전 세계를' 시리즈의 두 번째 그림이 완성되니 시리즈를 왜 하는지 알 것 같다. 그 안의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고, 내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 나만의 독특함이 있기에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나만의 요새가 구축되는 듯하다.


다음은 어떤 새를 어디로 데려갈까나?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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