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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브런치를 그렇게 급하게 먹어?

수원의 작은 유럽을 발견했을 때

by 소 율

파아란 하늘, 가볍게 불어 오는 초여름의 바람,

약간은 덥지만 아직은 날씨를 온몸으로 좀 더 즐기고 싶은 그런 날.

내 기분에 딱 맞는 공간을 찾았을 때의 설렘이란..


누가 이탈리안식 브런치를 이렇게 급하게 와구와구 먹는가,

그것도 혼자 와서.

바로 나다.

그 순간만큼은 어느 유러피안 부럽지 않았다.


느끼하지 않은 식사용 빵,

요즘 빠진 후추 뿌린 반숙란,

알고 시킨 것 마냥 색감까지

오렌지 톤으로 맞춰져 나온 본즈로노만으로도

내 기분은 이미 유럽 속에 들어와 있었다.



장미로 유명한 이 테라스 카페는

벌써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는 듯이 수국이 슬그머니 등장해 있었다.

천막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좌측 끝에 보이는 노오란색 레몬 다발 바구니,

대비되는 색감의 파란 무늬의 의자

들려오는 스페인 풍의 정열적인 음악까지

이곳이 유럽이 아니면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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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쯤 방문했는데,

늦은 시간 카페인이 들어가면 잠이 오지 않아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는 것..


다양한 종류의 정통 이탈리아 커피 메뉴들을

판매하는 것 같았는데

시도해 보지 못한 점이 참 아쉽다.

다음에는 콘파냐와 디저트를 꼭 먹어봐야겠다.




재방문의사 만 프로다.

나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지만, 내부 공간도 꽤나 아늑하다.


장미가 지나면 이곳은 어떤 아름다움으로 가득해질까?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를 켜 각자만의 기억을 담아갔다.


IMG_5116.jpg


나 역시 빠질 수 없지.

혼자 방문했지만 카메라를 켜 구석구석을 담았다.


사실 이곳은 오늘 콘텐츠 촬영 연습차 방문했다.

어딜 갈까, 난 어느 장소를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오늘 날씨에 찰떡같은 곳에 왔다.


혼자서 삼각대를 세워두고 열심히 촬영한 건 처음인 거 같다

생각보다 할만했고 짜릿했다

얼굴에 철판 깔고 하는 느낌이란.


첫 시작치고 꽤나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거 같아서 아주 만족스럽다.


그리고 해방감이 느껴진다.

혼자서 무언갈 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니.

혼자 글을 쓰며 그 순간 그 감정을 기록하고 남긴다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인 일이라니.

왜 그동안 하지 않았을까. 할 생각을 못했을까.


시도하는 것조차 나에게 작은 용기가 필요했나 보다.

자그마한 것을 성취하고 나니 다음 스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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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렇게 작은 설렘이, 행복이 있다면.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기대가 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은 삶일 것이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의 기억과 경험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는다.


나는 한 주에도 여러 개의 숙소와 카페를 다니고 있다.

앞으로 그 여정과, 나의 감정을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심심한 재미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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