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은 시골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나서면서
이상하게 머리가 맑고 몸이 가벼워진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몸과 마음의 독소가 다 빠져나가서 왠지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경험.
오늘의 제가 그랬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희 반의 행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일전에 적었던 굿모닝 스포츠 클럽활동으로
저희 반과 다른 반의 축구와 피구 시합이 8시부터 예정되어 있었죠.
출근길에 운동장을 살펴보니
벌써 남자아이들이 축구화를 신고 신나게 연습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교무실에 가방을 넣어두고 서둘러 내려와 보니
아이들이 준비체조를 마치고 막 시합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몸을 움직이며 공을 피하고 있는 여자아이들과
기운이 충천하여 운동장을 누비는 남자아이들의 시합을 보며
흥미진진한 아침 시간을 보냈죠.
예상대로 여자아이들은 패했지만
남자아이들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며 우승을 했답니다.
아이들의 들뜬 모습에 제가 더 신이 나서
결코 제가 하지 않는 행동, 즉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떠들썩한 아침을 보내고 나니
점심때가 되었고,
마침내 저희 반의 일탈 소녀가
거의 한 달 만에 학교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염색한 머리를 모자로 감추고
사복에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나게 되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까지 굶었다는 아이에게 간단하게 간식도 먹이면서
이제는 학교에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다음 주에 가봐야 알겠지만 말이죠.
일탈 소녀를 만난 직후에는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해서
책을 대여하면 주는 포츈쿠키를 받았습니다.
쿠키 안에는 1등부터 8등까지 글자가 적혀있고
운이 좋다면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엄청 붐볐습니다.
제가 쿠키를 받자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쿠키를 깨뜨려보니
6등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지요.
이런 일에는 거의 당첨된 적이 없는 터라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잘 나오는 펜 한 자루를 갖게 되었답니다.
종례를 마치고는
삶의 재미가 없어 보이는 저희 반의 그 아이를 불러다가
고등학교 진학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여전히 멍했고
답변 역시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개선해 보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이 또한 다음 주를 봐야겠죠.
마지막으로는 다음 주에 기안해야 하는
선도 관련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출결 서류도 정리해 두었고요.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오늘만큼은
일도 재미있고 지치지도 않았답니다.
그리고 그 기운으로
멋지게 펼쳐져 있는 구름을 보며
퇴근길의 버스여행을 즐겼습니다.
영어 단어 contentment는 만족과 흡족함, 행복감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제 안의 어떤 생각이
오늘의 저를 이 감정으로 이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늘만큼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이 감정을 누리고자 합니다.
이 느낌을 온전하게 품고 하루의 끝까지 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생각에 의해 인식됩니다.
그래서 가끔씩 삶이 척박하게 느껴질 때
저는 생각을 거둬들이곤 합니다.
저는 오늘 운이 좋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기운이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당장은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겠습니다.
이 마음이 날아가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