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비 에세이스트 J Aug 07. 2023

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2023년 7월, 알에이치코리아(RHK)

출간된지 얼마 안된 책이었는데 산책, 소로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구입해서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음...


엄청난 기대...를 나는 해버렸고, 산책이라는 단어에 이렇게도 쉽게 무너지고 반사적인 나를 보며, 내가 얼마나 휴식과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갈망하는지 지독하게 잘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작가 벤 섀턱은 1984년에 태어난 미국 작가이다. 원래는 작가라기 보다는 화가와 큐레이터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의 아내가 미국에서 나름 유명한 배우여서 (SNL 시리즈로) 그런지, 유튜브에 작가를 검색하면 부인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 책의 원제목은 Six Walks, 즉 여섯번의 산책인데 책을 읽어보면 작가가 했던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그 산책이라기 보다는, 본격적으로 베낭매고 특정한 몇 군데의 지역(당연히 소로가 다녔던 지역들)을 정해서 그 안에서 소로가 썼던 글들을 되짚으며 그가 걸었거나 머물렀던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의 기록에 가깝다. 


작가의 여정은 실연으로 인한 악몽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화가이다 보니 보통 사람보다는 이미지나 소리 등의 감각에 민감해 보이고 이런 이유로 그는 고통에 더욱 공감각적으로 생생하게 시달린다. 


특이점은 책의 앞 부분, 대략 2/5까지는 정말 철저하게 고독속에서 소로의 문장에 기대어 그를 빙의하고 그를 느껴보고자 했다면, 나머지 3/5은 그 사이 (자세한 사연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지금의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여정의 색깔이 많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본인이 책에 직접 밝혔다 (여기서부터는 제니를 만나서 자신이 너무나 행복하게 여정을 계속했다고).


그래서인지, 한 없이 차올라서 자신을 압도해버린 고독속에서 소로를 떠올리고, 걷고, 헤매 다니며 자신을 생각해보는 여러 시도(때로는 정신나간 듯한)를 했던 전반부보다 후반부에서는 몰입감이 떨어졌다. 

후반부에서는 그녀를 만나기전 자신이 얼마나 황량한 마음으로 여정을 했었는지에 대한 회상을 하며, 여자 친구와 자주 동행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과 같은 고통을 더이상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사랑의 상실로 시작한 그의 여정이 새로운 사랑을 만나 끝나버리는, 다시 말하면 결국 소로의 문장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았던 그의 헛헛했던 영혼이 결국 새로운 사랑으로 완전해 진것 같다는 생각에....출판사가 내세웠던 '소로의 뒷모습을 따라가다 이뤄낸 내적 치유와 구원의 순간들'이라는 문구가 다소 허망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소로의 뒷모습을 따라가다 지금의 아내를 만난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 책에서 감탄했던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자신이 본 것을 묘사하는 그의 글솜씨였다. 원서를 확인해봐야 보다 정확하겠으나, 화가의 정체성을 지녀서인지 몰라도 묘사할 지점에 이르면 확실하게 묘사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부분 부분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였다. 

또한, 소로의 일기, 산책, 겨울 산책등에서 꼼꼼하게 발췌한 문장들은 나에게 소로가 지은 '산책'을 구매하고 싶게 만들었고(결국 구매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로를 사랑했다던 작가의 진정한 소로사랑을 충분히 알수 있게 했다. 


      


제이의 생각


1.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나만의 영웅은 필요하다.

2. Love is everything! Love cures everything!

3. 클래식은 정리되거나 인용된 책이 아닌, 직접 경험하자. 그러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알고 싶다면 그의 책을 직접 읽자. 


매거진의 이전글 구름이 가렸다고 태양이 없는건 아 니니 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