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닮은 그의 막걸리

by 올리

우리 아빠는 취미가 많다.
우리 아빠의 다양한 재주 중 하나는 막걸리를 만드는 일이다.
애주가인 아버지는 막걸리를 술 중에서 가장 좋아하셔서 꾸준히 만들기 시작하셨는데 누룩이 발효되며 보글보글 소리를 내는 날이면
그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하셨다.
아빠에게 막걸리는 마시는 술이기 전에
기다리고 듣는 술이었다.


아빠의 막걸리는 묵직하고 진하다.
입 안에는 달큰한 쌀의 향이 먼저 퍼지고 뒤늦게 은근한 산미가 기분 좋게 따라오는 쌀로 만든 요거트 같다.
그 묵직한 맛은 빠르게 사라지지 않고 천천히 남는다.

아빠의 막걸리는 도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진하게 받아낸 원액을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맞게 물을 타 마신다. 아빠는 막걸리를 완성된 술이라기보다 조율할 수 있는 술이라고 여긴다.

좋아서 만드는 아빠의 막걸리는 시장의 어떤 막걸리와도 굳이 비교되지 않는다.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목적 없이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술은 부드럽게, 아무 설명 없이 넘어간다.

아빠의 막걸리는 아빠의 취향을 고스란히 닮았다.
과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자기 방식이 분명한 맛.
여러 감각을 자극하지만 앞서 나서지 않는 술이다.
나는 이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아빠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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