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한국이 땡땡 얼어붙은 것 같다. 연일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는데 승무원도 겨울에는 나름 월동준비를 한다. 겨울에는 여권, 아이디만큼이나 중요한 아이템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포켓베드다.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 온돌처럼 따뜻한 게 없다. 유럽이나 미주 비행이 나오면 꼬박 이틀을 호텔에서 지내야 하는데 히터를 틀면 공기는 따뜻해지지만 방이 바삭바삭할 정도로 건조해지고 히터 돌아가는 소음도 거슬려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짐이 좀 되더라도 포켓베드를 들고 다닌다. 포켓베드는 캠핑용으로 나온 휴대용 전기장판인데 접으면 각티슈 정도의 크기가 된다. 포켓베드를 깔고 누우면 마치 온돌에 누운 것처럼 등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비행과 시차로 쌓인 스트레스를 살살 녹여준다.
다른 한 가지는 보온 물주머니다(우리는 이걸 핫팩이라고 부른다). 기내 온도는 보통 23도에서 25도 사이로 유지가 된다. 하지만 기내 온도를 23도로 설정해 놓으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기내가 춥다고 하소연한다. 민원을 반영해 기내 온도를 1도나 2도 올리면 이번에는 유럽이나 미주 승객들이 덥다며 난리가 난다. 잍쏘 핫! 안유 핫?(it’s so hot, aren’t you hot?)
사람들이 느끼는 적정 온도는 대륙 간 차이뿐 아니라 남녀 간에도 차이가 있다. 대개 여성 승객은 추위에 민감한 편이고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더위에 좀 약하다. 기름 아끼는 것도 아니고 그까짓 온도 화끈하게 그냥 올리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높은 고도에서 기내 온도가 높아질수록 임산부, 노약자 등 건강 취약 계층은 갑작스런 건강 이상 상태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규정 온도는 준수해야 한다.
한국 여성 승무원들에게 기내는 다소 쌀쌀하다. 승무원들이 주로 일하는 갤리에는 냉장 시설들이 많아서 유독 춥게 느껴진다. 그래서 장거리 비행 때는 보온 물주머니가 필수템이다.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가슴팍에 안고 있으면 노골노골 몸이 녹는다. 특히 벙크(bunk)에서 유용하다. 장거리 비행 시 일정 시간 벙크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이때 보온 물주머니가 없으면 추위 때문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된다. 혹여 깜빡 잊고 못 챙겨 온 동료가 있으면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체육복 빌려 입듯 보온 물주머니를 빌려 쓰기도 한다.
보온 물주머니는 독일의 파쉬라는 제품이 유명해서 승무원들은 프랑크푸르트 비행 때 많이 구매한다. 크기나 모양, 색상이 다양한데 나는 우리 회사를 상징하는 하늘색 제품을 사용 중이다. 사장님 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