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니C Jan 04. 2024

밀가루 끊기 10주 차 효과

밀가루와 보리에 함유된 글루텐을 피하는 식단을 시작한 지 10주가 지났다. 즐겨 먹던 라면, 빵, 과자, 국수, 수제비, 치킨, 햄버거, 피자, 돈까스, 튀김을 먹지 않았다. 음식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밀가루를 끊고 지난 10주 동안 생긴 몸의 변화를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긴다.

<소화 관련>

그동안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세로 고생을 했다. 평상시에는 변비 증세가 있지만 외출을 했을 때는 갑자기 배가 아픈 경우가 많아서 늘 불안에 떨며 살았다. 밀가루를 끊고 이런 증상이 사라졌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피부 관련>

1) 피부는 눈에 보여서 그런지 변화가 많이 느껴진다. 우선 손가락 발진이 사라졌다. 병원에서는 한포진 내지는 알러지성 피부염이라고 했는데 자주 손가락이 가려우면서 발진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포로 변하기도 했다. 증상이 심할 때는 기내에서 승객들이 내 손을 보고 불쾌해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일할 때가 많았는데 이 증상이 사라졌다.

2) 얼굴에 생기던 피부염도 없어졌다. 아침마다 세안 후면 코와 입 주변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따가웠다. 의사는 환절기 피부장벽이 얇고 민감한 사람들에게 주로 생긴다면서 물을 자주 마시고 보습제를 발라주라고 했다. 선생님, 전 환절기에만 따가운 게 아닌데요? 피부장벽이 얇고 민감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환절기에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 전 환절기에 증상이 더 심해지진 않는데요? 물을 자주 마시고 보습제를 발라주세요.

3)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피부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증상이 심해서 대학 병원까지 다녔는데 병원에서도 구체적인 원인을 짚어주진 못했고 그저 만성알러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증상이 생길 때마다 증상을 억누르는 약 정도를 처방받으며 버텨왔는데 이 알레르기 증상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통증 관련>

잦은 편두통으로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잦은 밤비행과 기압변화로 깨진 신체리듬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 최선이었다. 편두통으로 아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삶의 질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밀가루를 끊고 만성 편두통이 사라졌다.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체형>

체형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이건 내 의지와 관련된 문제다. 밀가루를 끊은 직후부터 내장지방이 빠지면서 체형이 슬림해졌고 그 증거로 유니폼 치마가 헐렁해졌다. 밀가루만 빼고 다 먹었는데 이렇게 체형이 변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이어트의 굴레를 이렇게 간단하게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던 나머지 너무 많이 먹었다. 나만 많이 먹은 건 아니다. 남편도 2주 차부터 총각 때 같은 날렵한 턱선이 생겼다며 좋아했는데 지금은 평범한 동네 아저씨 얼굴로 돌아왔다. 새해부터는 함께 먹는 양을 좀 줄이기로 굳게 다짐했는데, 과연 줄일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풍차에 환장하는 승무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