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층간소음 Mar 29. 2024

회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엄마 때문에 힘들었다

엄마, 그 깊은 애증의 굴레



엄마 사랑해요

이 말을 해본지가 언제던가.

난 아직 엄마가 돼보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엄마는 내게 지긋지긋한 사랑의 존재다.


엄마도 그럴까.

문득 엄마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공감하거나 이해하려 할수록

내안의 상처가 튀어나와 말한다.


"엄마는 아직도 널 이렇게 괴롭게 하잖아. 이해해줄 필요 없어"


상담을 시작했을 때, 내가 선택한 상담 선생님이

아동 전문 상담사였던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선생님은 나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니, 내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처음에 난, 내가 회사 회의실에서

노트북을 던지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고

그걸 실행에 옮길뻔했다는 말을 시작했다.

그 후엔 내가 이렇게 빨리 승진해 이렇게 많은 돈을 벌고

이런 아파트를 샀으며

나에겐 이정도 빚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얻었다는 자기 확신적인 말이 따라붙었다.


아마 "전 사회에서 이렇게 잘났고 정상인이예요.

회사에서 인정받는 제가 비정상일리 없잖아요?

저에게 작은 헛점이 발견됐지만, 이 문제는 곧 끝날거고

별거 아닐거랍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내 말을 묵묵히 들어줬다.

때로는 대단하다는 칭찬을, 공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진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상담 몇차례가 지난 후였다.



"선생님. 제가 왜 때로는 상욕이 오가는

그 회사에서 은밀한 괴롭힘을 견뎠냐면요.

왜 면전에서 저를 욕하고 멸시하는 상사에게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냐면요.

매일 술에 취한 아빠가 있는, 부모님의 고성이 오가는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서였어요.

돈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요, 지금은 몸 누울 제 집도 있는데,

그런데도 저요. 엄마를 거기서 빼내오지 못했어요"








작가의 이전글 직장을 나오고 비로소 숨을 쉬게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