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고 신나는 일의 연속이던 때가 있었다.
그땐 할 생각도 말도 어찌나 많았었던지.
남다를 것 없던 나의 시간은 늘 특별했다.
새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에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젠가 먹어보았던 음식 때문에
놀랄 일이 줄었고,
이미 가보았던 곳이라서
신이 날 일이 드물어졌다.
설레 보았던 마음 때문에 온통 흔들리지 않고
아팠으나 다시 아물었던 기억 때문에
덤벼드는 황망한 시간을 방관할 줄 알았다.
나는 점점 무감해졌다.
익숙한 내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느라 시간을 썼다.
나의 이야기로 긴 글을 쓰는 일도 없었다.
그럴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렀고, 기억의 순서는 뒤섞였다.
이렇게 빠르게 살다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나의 정직한 시간은 내가 무관심한 때에도
나름의 특별한 순간을 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먹어본 것이지만 작은 차이를 느끼는 순간 취향이 생겼고
왔던 곳에 똑같이 서서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간격을 볼 수 있었다.
좋아진다는 것은 귀한 일이니 그 순간에 더 집중하기로 했고
아파 보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듬어 볼 수도 있게 됐다.
그렇게 익숙한 지점에서
전혀 새롭게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나의 일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