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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영 Jul 22. 2017

아리랑

아리랑하고 쓰리랑해도 아리랑이 낫다

"근데 아리랑이 무슨 뜻이에요?” 

각 지역의 아리랑을 모아 공연을 준비하는 제작자 언니에게 물었다. 별 뜻 없이 부르는 후렴구인데, ‘아리다’와 ‘쓰리다’에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백과사전에는 "신라의 '알영비(閼英妃)’, 밀양 전설에 나오는 인물인 '아랑(阿娘)' 등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의미 없는 사설(non-sense verse)로 흥을 돕고 음조를 메워나가는 구실을 할 뿐”이라고 나와 있다. 옛날 남아선호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해석도 있다. 남자(아들)를 뜻하는 ‘아름답다'와 여자(딸)를 의미하는 ‘쓰리다’라는 것이다. '아리아인'과 ‘수메르인’까지 나오자 검색을 멈추었다.


너무 선택이 많다 보니 끌리는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그러니까 프리랩처럼 본인들의 사연을 털어놓다가 요즘의 ‘yeah~ yeah~’ ‘huh huh~’ 같은 것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이라는 건데, 왜 하필이면 ‘아리고, 쓰린' 애잔한 단어로 흥을 돕고 음조를 메워 나간 걸까?! 그 궁상맞음에 대해 혀를 차고 있는데, '아리고, 쓰리다'로는 ‘아라리가 낫네’의 해석이 석연치 않았다. 그래서 ‘아름답다(아리따운)’와 ‘쓰리다’를 대어 봤더니 더 들어맞는 것 같다.


즉,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낫네’는 ‘아름답고 쓰리다, 그래도 아름다운 게 낫네’ 하는 말이 된다. 

이 땅에서 산 그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것이 왕이건 종이건, 남자건 여자건, 한국땅이건 아니건 간에 아리기만 하고 쓰리기만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인생이 원래 아리기도 하고 쓰리기도 한데 그래도 산다는 것이 아린 것이 아니겠냐는 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래 제목이 ‘아리랑’인 것은 마지막 퍼즐이 맞추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이 후렴구 앞에 어떤 궁상맞은 이야기가 붙어도 괜찮아진다.  

예를 들어, '나를 버리고 고개 넘어가신 님(사람이건, 시간이건 간에) 보고 발 병 나서 멀리 가지 말라'라고 질척일 때도, '아름다웠던 만큼 마음이 쓰리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던 것으로 됐다'라고 후렴구에서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땅에서 오랫동안 구전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들의, 나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한 번도 제대로 불러본 적이 없는 아리랑이 귓전에 맴돈다. 더 이상 외롭고 그리움에 젓은 가락이 아니다. (내가 접한 대부분의 아리랑은 이 민족이 겪은 기구한 역사들과 함께 불려서 그 슬픔에 주눅들었던 것 같다) 덩실거리는 아리랑이다. '그래도 아린 것 (아리따운 것)이 낫다’고 흥을 돋우는 소리이다. 축 쳐져 있던 동그란 어깨가 움찔거린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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