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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영 Oct 27. 2015

#00. 보통의 밥상

일상의 음식에 담긴 특별한 기억

여염집 아낙이었으나

시인처럼 말하고 음식 솜씨도 좋으셨다는 외증조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음식 중에

비빔밥이 유난히 맛있었다고 한다.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반찬들을 툭툭 넣고 고추장과 들기름으로 쓱쓱 비벼 낸 것을 여럿이 나누어 먹는 맛.

너무  맛있어서 앙코르를 외치면 앞선 것과 똑같이 비벼내어 주시는데도,

“신기하게 첫 번째 그릇의 그 맛은 아닌 거야”

아닐 것을 알면서도

첫 맛이 만들어 낸 허기 때문인지 늘 ‘한 그릇 더’가 만들어지곤 했다고 엄마가 말했다.



“밥 먹었니?”

“아직요”

“그럼 나랑 밥 비벼 먹을래?”

영식이 아저씨는 꽤 먼 친척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족 대소사에서 자주 뵈었다.

차분한 말투에서 고운 성정이 느껴지는 아저씨, 나는  그분의 팬이다.

아저씨가 청년이었을 때, 홀로 상경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조달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할아버지 댁에 들리셨을 때, 마침 혼자 계셨던 할아버지가

심심하게 건넨 늦은 점심 식사의 든든함을 잊기 어려워서,

우리가 늘 가깝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먹는다'는 일은 몸의 일 같지만 실은 마음의 일인 것 같다.

같은 음식이라도 각자의 기억에 의해 다 다르게 남는다.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있다.

떠올리는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어쩔 수없이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늘 선명하게 맛있고 따뜻하게 든든한 일이다.

그 안에 내게 선뜻 밥상을 차려주던 사람들,

함께 먹었던 사람들이 있다.

나를 이만큼 키워낸 위로와 응원이, 배려와 관심이 있다.


일상적인 밥상 메뉴들에 담긴 나의 특별한 추억이

 읽는 분들의 입맛 또한 돋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로 지어낸 음식에 대한 기억을 함께 먹으면서,

또한 각자의 기억으로 든든하게 배불러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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