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음식에 담긴 특별한 기억
여염집 아낙이었으나
시인처럼 말하고 음식 솜씨도 좋으셨다는 외증조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음식 중에
비빔밥이 유난히 맛있었다고 한다.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반찬들을 툭툭 넣고 고추장과 들기름으로 쓱쓱 비벼 낸 것을 여럿이 나누어 먹는 맛.
너무 맛있어서 앙코르를 외치면 앞선 것과 똑같이 비벼내어 주시는데도,
“신기하게 첫 번째 그릇의 그 맛은 아닌 거야”
아닐 것을 알면서도
첫 맛이 만들어 낸 허기 때문인지 늘 ‘한 그릇 더’가 만들어지곤 했다고 엄마가 말했다.
“밥 먹었니?”
“아직요”
“그럼 나랑 밥 비벼 먹을래?”
영식이 아저씨는 꽤 먼 친척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족 대소사에서 자주 뵈었다.
차분한 말투에서 고운 성정이 느껴지는 아저씨, 나는 그분의 팬이다.
아저씨가 청년이었을 때, 홀로 상경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조달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할아버지 댁에 들리셨을 때, 마침 혼자 계셨던 할아버지가
심심하게 건넨 늦은 점심 식사의 든든함을 잊기 어려워서,
우리가 늘 가깝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먹는다'는 일은 몸의 일 같지만 실은 마음의 일인 것 같다.
같은 음식이라도 각자의 기억에 의해 다 다르게 남는다.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있다.
떠올리는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어쩔 수없이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늘 선명하게 맛있고 따뜻하게 든든한 일이다.
그 안에 내게 선뜻 밥상을 차려주던 사람들,
함께 먹었던 사람들이 있다.
나를 이만큼 키워낸 위로와 응원이, 배려와 관심이 있다.
일상적인 밥상 메뉴들에 담긴 나의 특별한 추억이
읽는 분들의 입맛 또한 돋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로 지어낸 음식에 대한 기억을 함께 먹으면서,
또한 각자의 기억으로 든든하게 배불러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