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안트베르펜(Antwerpen), 또는 안트워프라 불리는 이 곳은 그 지리적인 특성으로 여러 세기 동안 만남과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곳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운 좋게도 루벤스의 그림으로 유명한 대성당과 무성한 깃발이 나부끼는 시 청사 바로 옆의 아파트 독채를 싼 값에 빌릴 수 있었다. 이 집은 항구를 앞에 두고, 중세의 골목 풍경이 넘쳐흐르는 거리 안 쪽에 감추어져 있었다.


노천카페들 사이에서 하얀색의 작은 출입문을 찾느라 한참을 헤맨 뒤, 우체통에 숨겨 둔 열쇠를 발견,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무늬의 복도를 지나, 현관문 속에 감추어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침내 다다른 우리의 방. 마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딸아이는 보물찾기 놀이라도 하듯 재미있어했지만, 난 이 집의 미로 같은 구조와 가파른 계단, 잠깐이었지만 캄캄한 옷 장 속에 갇힌 듯한 엘리베이터가 사실 좀 무서웠다.

마지막으로 마술 상자가 열리듯 우리를 맞이한 방, 아… 그저 감탄사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강 위의 도시, 항구의 도시답게 바람이 몹시 불었다. 떠나 올 때 짐을 최대한 가볍게 꾸리느라 여름옷 몇 벌만 달랑 들고 나온 것은 실책이었다. 날씨는 어느새 섭씨 17도로 내려가고 비까지 내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가지고 온 옷을 되는 데로 다 껴입고 보니 영락없는 거지꼴이다. 패션의 도시에서 거지꼴이라니… 그러나 어쩌랴. 항구를 돌아보고, 저녁은 홍합(Mussel) 요리를 먹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이 곳 식당들도 앉자마자 음료수부터 주문을 받는다. 우리처럼 물부터 대접해 주는 식당은 없다. 또한 우리처럼 음식을 시켜서 서로 접시를 돌려가며 함께 맛을 보는 풍경도 볼 수 없다. ‘내 접시는 나의 것, 네 접시는 너의 것’이다. 서로의 접시를 침범하며 게걸스레 먹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우리를 이상하다고 여기겠지만, 물도 한 잔 안 주고,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또박또박 주문을 받으려는 이 곳 사람들이 우리에겐 야속하기만 하다.


“주문이 야~속해~”


'이상한 나라'에서 펼쳐진 모험 끝에 마침내 다다른 마지막 방
미션 1. 하얀색 출입문을 찾아라!
패션과 예술, 다이아몬드의 도시 안트워프 ... 아직도 병사는 항구를 지키고 있다.
홍합요리와 물 대신 주문한 로제와인
안트워프 시청사와 중세 길드의 건물들
루벤스의 그림으로 유명한 성모마리아 대성당


매거진의 이전글12. 국경 도시 바를러를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