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다음 날 우리 모녀는 하루 종일 브뤼셀 거리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아기자기한 초콜릿 가게와 작은 궁전을 연상시키는 마카롱 가게, 눈이 돌아가게 다양한 맥주를 구비한 맥주 가게, 즐겨 보던 만화 주인공 스머프들의 모형이 즐비한 인형가게, 중세 유럽의 교회건물과 함께 현대적인 예술 퍼포먼스가 펼쳐지던 골목 안까지. 우리는 ‘오줌 싸게 동상’ 옆의 와플 가게에서 딸기와 생크림을 푸짐하게 얹은 와플을 사 먹으며, 걷다가 지칠 때쯤 노천카페에 앉아 맥주로 목을 축이고,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브뤼셀의 신시가지까지 올라가 도심 속 공원에서 멍을 때리는 여유도 부려본다.
브뤼셀 거리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 보다 게이 커플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흔히 보는 연인 커플들처럼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키스를 나누고 다정하게 애정 표현을 하는 그들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싶었다. 유럽에서도 네덜란드와 함께 가장 먼저 동성 커플의 결혼을 인정한 벨기에답다고나 할까?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행복과 자유를 누리며,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부러운 점이다.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곳은 안티크 옷 가게. 지도 찾기에 이미 지쳐가던 딸아이가 꼭 가보고 싶다며 고생스럽게 찾아낸 곳이다. 평소 쇼핑엔 별 흥미가 없는 나이지만, 새것처럼 진열된 옷이며, 가방, 신발들이 무게로 팔려나가는 이 고급스러운(?) 가게가 마음에 들었다.
수북이 쌓인 옷과 신발, 가방 속에서 보물을 골라내듯 초롱초롱해진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딸이 혼자 꾸려 온 지난 2년여의 외국생활을 가만히 상상해 본다. 화려하진 않지만 멋스러운, 아무나 따라가는 유행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딸. 참 잘 커 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