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별 볼일 있는 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브뤼셀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낸 우리는 다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음 접선 장소인 리에주 (Liege) 역으로 향했다.

리에주에서는 린다의 집을 예약해 두었다. 린다는 남자 친구와 함께 밤 10시가 다 되어 도착한 역에까지 우리를 마중 나왔는데, 발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도 어찌나 명랑하고 쾌활하던지 어느새 우리마저 목소리가 한 옥타브 따라 올라가 버릴 지경이었다.

민박집의 선택 기준은 무엇보다 적절한 가격, 이동의 편리성, 이왕이면 편안한 잠자리였다. 밥은 대충 먹어도 잠은 제대로 자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사실 이게 중요한 변수이기도 한데, 집주인이 어떤 사람일까를 상상하는 대목도 포함된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의 기적적인 조우라는 점에서 이 선택은 사실 운명에 가깝다. 따라서 순전히 ‘감’으로 이루어지는데, 지금까지 우리의 ‘감’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리에주는 벨기에 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로 불어를 쓴다. 다행히 프랑스에서 7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온 린다와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벙어리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리에주는 듣던 대로 새로운 도시 건설이 한창인 듯 보였다. 새로 지은 역사의 느낌은 화려함 그 자체였고, 역 바로 앞에는 줄지어 늘어 선 홍등가도 눈에 띈다. 한눈에 보아도 고층 건물과 아파트들이 옛 건물들을 조금씩 밀어내며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말 그대로 도시는 한창 ‘공사 중’이다. 아마도 생존을 위한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방인의 눈에는 조금 아쉽게 보이는 풍경들이다.

리에주는 또한 언덕의 도시였다. 우리를 태운 자동차가 강을 따라 잠시 달리는가 싶더니 구불구불 언덕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 마침내 린다의 집, 우리의 숙소에 도착했다.


린다는 아래 마을에 사는 남자 친구를 포함해서 우리와 같이 술을 마시며 즐거운 밤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초대를 준비한 따뜻한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사실 여행의 피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나는 바로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 밤이 가면 언제 또 오늘 같은 밤이 나에게 오겠나 싶은 생각에, 전열을 다시 가다듬고 린다가 마련한 자리에 합석했다. 와인과 맥주, 그리고 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는 아담한 정원이 딸린 마당이다.


발아래로 리에주의 불 빛이 반짝이고, 그 보다 더 밝게 하늘의 별빛이 반짝이는 언덕 위의 집.

바로 턱 앞에 까지 다가온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아 자리, 이름 모를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이렇게 많은 별들로 수놓은 하늘을 정말 얼마 만에 바라보게 된 것인지, 놓칠 뻔한 그 많은 별들을 목이 빠지게 바라보느라 피곤함도 잊은 채 밤은 깊어갔다.

술에 취해, 별에 취해, 그렇게 늦게 까지 마당의 벤치를 지켰다.


새 단장을 마친 리에주 역사 내부와 외부. 규모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압도적이다.
린다는 퇴근 후 집 앞 언덕 위, 바로 이 곳에 서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것이 낙이라고 했다.
발 아래로 펼쳐 진 리에주의 야경 - 피곤함도 잊은 채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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