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1015 – 2015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언덕 위에서 리에주를 다 내려다보았다는 기분에 룩셈부르크로 바로 떠나려던 우리의 계획은 약간 수정되었다. 이 곳의 버스 승차권은 1시간 동안 타고 내리는 데 제약이 없었기에, 그 1시간마저도 알뜰하게 이용하고 가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딸아이의 정보에 의하면 근처에 특별한 성당이 있다고 했다. 역으로 가는 중간쯤에서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긴 곳이 바로 이 독특한 모양의 성당이다.


입구에서 부부인 듯 보이는 선한 인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책자를 건네며 기꺼이 우리의 배낭을 맡아 주셨다. 유명한 성당 중에는 입장료를 따로 받는 곳이 많다 보니 조금은 상업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 곳은 무료로 개방이 되었다.

이 성당의 외관은 지금까지 주로 보아 온 르네상스 내지 고딕 양식과는 매우 다른 구조로, 문양과 색깔도 독특했다. 알고 보니 그 보다 훨씬 전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세워진 연대는 무려 1015년, 그러니까 올해로 꼭 1000년이 되는 성당이다. 1000년 이라니….


유럽을 여행하면서 수 백 년, 혹은 이처럼 천 년이라는 세월을 지켜온 오래된 건물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설명하기 힘든 ‘시간’의 개념에 직면하게 된다. 하긴, 어제 내가 본 밤하늘의 북극성도 1000년 전 과거의 북극성이다.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는 있지만, 그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공간은 어떻게 만나는가? ', '시공간은 절대적인 것인가, 상대적인 것인가?'…. 나에게 과학은 너무 멀고, 의문은 끝이 없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시간이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건 경험 상으로도 맞는 것 같다. 분명 서울에서의 하루 24시간과 여행지에서의 하루 24시간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최소한 시간은 길이로 표현될 수 없는 무엇으로 새삼 신비롭게 다가온다. 한편으론 길게만 생각되던 내가 살아온 시간이라는 것이, 내 나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자 잠시 ‘영(young)’한 기분까지 덤으로 맛보게 된다.


1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성당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의 기도는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깊은 고요와 거룩함이 흐르던 성당.

촛불을 밝히고, 우리의 기도도 그곳에 남기고 돌아선다.


리에주 역에서 룩셈부르크 역까지는 기차로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벨기에는 생각보다 작은 나라여서,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데 1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다. 그만큼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 시간을 확인하거나 역의 위치를 찾느라 애를 먹으면서도 이동 중에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기차 안에서 먹을 샌드위치와 파이, 커피와 음료수를 샀다. 먹고, 마시고, 그저 창 밖을 바라보며 무려 '3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마냥 행복하다.


독특한 외관이 우리의 눈을 사로 잡는다.


1000년의 시간이 머물고 있는 공간, 우리의 기도도 그 곳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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