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풍차마을 - 잔재 스칸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네덜란드는 ‘풍차의 나라’라고 하지만, 이곳에서 이제 풍차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풍차가 하던 모든 일들이 신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풍차를 보려면 풍차마을을 가야 한다. 이름 하여, 잔재 스칸스 (Zaanse Schans).


속도와 효율을 지향하는 기술의 발달에 밀려 풍차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얍 쉬퍼 (Jaap Schipper)라는 한 재능 있는 건축가의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1946년 자신의 졸업 작품으로, 어느 곳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는 건물들을 옮겨다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마음에 그리며 구상했다. 마침내 1961년부터 잔(Zaan) 지역의 많은 건물과 풍차가 옮겨지고 지금의 잔재 스칸스를 이루게 된다.

그 당시 건물이 트레일러 등으로 통째로 옮겨지던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장관이었을 성싶다. 실제로 세계 어디에도 유래가 없는 대규모 이동이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물론 수개월의 준비와 치밀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했으며, 많은 건축가와 구조, 건설 관련 전문가들이 마지막 한 순간까지 협력하며 힘을 모아야 했다.


증기 시대가 지속되던 시기까지 잔(Zaan) 지역에는 약 600개의 풍차가 있었다고 한다. 곡식이나 코코아, 향신료, 나무나 오일을 얻기 위한 주요한 동력으로 활용되어, 유럽 어느 지역보다 경제적인 풍요를 누렸던 곳이다. 그 시절의 영광을 뽐내듯 지금도 이 곳의 풍차는 계속 돌면서 향신료나 오일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허물어져 없어졌다면, 그림이나 역사책 속에서나 볼 수 있었을 이 보물들이 한 사람의 꿈을 모태로 생생한 역사를 간직한 채, 지금까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풍차마을 ‘잔재 스칸스’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센트랄 역에서 버스로 대략 1시간 달리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딸은 이미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나름의 일정이 있었기에 혼자 나선 오늘의 소풍. 버스 시간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나섰는데, 운 좋게도 고속버스 배차 시간이 맞아 40분 만에 도착했다.

더없이 청명한 날씨에 동화 같은 풍경이 사진 찍기 딱 좋은 그런 날. 이런 날은 정말 찍어줘야 하는데, 파트너인 딸이 곁에 없어서 아쉽기만 했다. 대신, 유유자적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한껏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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