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내 자가용에 문제가 좀 생겼다. 페달을 돌릴 때마다 서걱서걱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게 어딘가 탈이 난 게 확실했다. 딸이 센스를 발휘해 나의 도착 날짜에 맞춰 빌려 온 이 자전거에 익숙해지기까지 두어 번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보호해 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동안 주인을 잘못 만나 생고생만 시킨 것 같아 마음이 쓰이던 차에, 오늘 결국 운하 바로 옆의 자전거포로 이 녀석을 데려가게 되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호강을 좀 시켜 줄 생각으로.
네덜란드에는 가는 곳마다 운하가 흐르고 있지만, 위트레흐트를 흐르는 운하는 서기 700년경에 형성된 오래된 도시의 운치가 묻어나는 데다가, 보통 운하 위의 제방을 따라 상점이 들어서는 것과는 달리, 이 곳처럼 바로 운하 옆에 동굴처럼 상점이 만들어진 경우는 네덜란드의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한다.
나중에 주인장에게 들은 얘기로는 이 상점들이 최소 13 내지 14 세기에 형성된 것이라는데, 운하를 따라 운송되는 갖가지 물품들을 바로 싣고 부리기에 안성맞춤인 입지인 셈이다.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옆 가게 주인에게 수소문을 하니 안에 있을 거라 하는데 아무래도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 없는 가게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자전거포라고 말은 했지만, 아! 이 곳은 ‘자전거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가게를 구경하고 있는데 그가 동굴 속 어딘가에서 잔뜩 여유를 부리며 나온다. 마침 우리가 찾아 간 시간은 ‘커피 브레이크’ 시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자신을 ‘플로리시’라고 소개한 주인은 내 상상 속의 작은 소년의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전형적인 네덜란드인의 특성을 지닌, 즉 무지하게 큰 키의 남자로, 까치발을 하고 우러러봐야 할 지경이다. 13년이 넘는 긴 세월을 함께 했다는 그의 애견 '이누크'도 그를 닮아 느긋하긴 마찬가지. 운하를 오가는 갖가지 배와 사람들의 모습을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사람으로 치자면 인생을 달관한 ‘도사’ 같은 느낌마저 든다.
밥벌이라고 하면, 기를 쓰고 악다구니를 부려야 할 것 같은 우리네 삶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들 삶도 가끔은 ‘브레이크’를 채우고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언제나 오려나! 두고 온 내 나라와 사람들이 생각 나 갑자기 안쓰럽다.
말끔히 때 빼고 광낸 뒤, 돔 타워 (Dom Tower) 광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천국의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