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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Nov 14. 2015

28. 헤리슨 포드와 브레드 피트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딸이 지난 2년 간 지내고 있는, 따라서 내가 한 달 동안 ‘빈대 붙어' 지내고 있는 이 곳 숙소에는, 세계 곳곳에서 공부하러, 또는 돈을 벌기 위해 네덜란드를 찾은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한국,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중국, 그리스, 호주, 스위스, 그 밖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거나 거쳐 간 곳이다.

집주인은 일본계 여성으로, 아파트의 낡은 시설들을 도통 손보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해서 건물의 구석구석이 한심한 상태이지만, 외관만큼은 나름 고풍스러운 느낌에, 출입문을 나서면 바로 코 앞을 흐르는 멋진 운하, 게다가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마침 내가 그곳에 도착할 즈음 전후로, 이들은 방학을 맞아 대부분 고향으로, 혹은 휴가를 떠나고, 딸의 방이 있는 3층에는 한 동안 우리 모녀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부실하기는 하지만, 공동 부엌도 샤워실도 모두 우리 차지, 거기에다 빈 방은 우리의 거실 겸 다이닝 룸, 또한 나의 서재로 활용하고 있으니 불평을 할 처지는 아니다.

아래층에는 두 남정네가 남아 있었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시몬과 슬로바키아에서 온 머랙이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말해 머랙 (뭘 해)?’.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내가 궁한 데로 머릿속에 떠올려 본 연상 기억법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벗고 다녀서 눈도 못 마주치고 피해 다니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같이  뻔뻔해지기 시작하고, 들고 날 때마다 서로  눈인사를 하고, 결국 먹을 것도 나누고 시장도 대신 봐주는 이웃사촌이 되었다.


일주일 후면 자신들보다 먼저 이 곳을 떠날 우리들과 송별회 겸 밖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하여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그제야 자세히 얼굴을  뜯어보니, 둘 다 어쩜 그리 잘  생겼는지... 하나는 헤리슨 포드 (나의 소시 적 이상형)에, 하나는 브레드 피트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다. 단언컨대, 난 절대 취하지 않았다.

‘아, 나의 청춘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니 왠지 억울하다. 흔히 말하는 ‘썸’을 탈 시기도 지난 것 같고, 어디를 가나  얻어먹을 군번을 넘어도 한참 넘어선 나이.

오늘도 누님(?)이 쏜다.


사실을 입증해 줄  인증샷이 있으나... 아쉽게도 애꿎은 술 병만 올린다. 초상권을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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