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는 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 왠지는 모르겠다, 모든 것이 한층 더 깊숙이 나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여느 때 끝나고 하던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내게 전에는 몰랐던 내면이 한 층 더 있다. 모든 것이 지금은 그 또 한 층의 내면까지 간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말테의 수기>, 릴케
시카고 도심의 다리 위에서
하얀 새 한 마리가
도시를 바라본다.
갸날픈 두 다리로
바람부는 다리 난간 위에
꼿꼿이 서서
그는 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아마 아직은 잘 안될 것이다,
내면을 바라보는 일은
많은 상념을 떨쳐내야 하기에,
덕지덕지 붙어버린 온갖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하기에,
그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지
그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