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처럼 뜨겁던 7월의 태양이
돌연 갑작스레 사라지고
어디에선가 무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녹색 나뭇잎들은 뜨겁지 않은 바람에
신이 난 듯 부르르 떨고 있다.
생각을 멈춘다.
판단하지 않았다.
선택하지 못했다.
한 사내는 그저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가늘게 눈을 뜨고 팔을 휘저으며
시멘트 길 위를 걸어가거나,
잿빛 하늘 저 너머 멀리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맞으며
홀로 우두커니 서있거나,
깜깜한 밤 서늘한 달빛 아래
숨 고르며 가만히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햇살이 사라진
어느 여름 날에도 그는
회색 바람을 맞으며
판단을 멈춘 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잿빛 하늘을
아득히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