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by 준June

어둑해진 여름 어느 밤

더운 바람이 조용히

불어옵니다.


거리 옆 버스정류장에는

어깨가 넓은 아이 같은 남자와

눈이 동그란 소녀 같은 여자가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앉아 있습니다.


거친 세상 하루의 일과에

힘이 다 빠져버린 소녀는

남자의 넓은 어깨에

까만 머리를 기댑니다.

소녀의 지쳐버린 따끈한 숨이

남자의 목을 간지럽힙니다.


그녀가 떠납니다.


파란 버스를 타고

아이처럼 새하얗게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남자는 같이 손을 흔들며

손이 닿지 않는 버스 속

그녀를 하염없이

쳐다봅니다.


네모난 버스는 점점 작아집니다.

남자는 우두커니 서서

어두운 거리 속 희미해져 가는

파란 버스를 계속

바라봅니다.


남자는 다시 정류장 의자에

앉습니다.


버스와 차들은 도로 위에서

시끄럽게 분주하게 내달리고

더운 바람은 끈적해진

남자의 목 위를 매만집니다.


문득 그는 복잡한 거리 위

까만 하늘 위에 떠 있는

소녀를 닮은 하얀

둥근달을 쳐다봅니다.


어느 여름 더운 밤

버스정류장의 한 소년은

자리를 떠나고

돌아가는 그의 어깨는

왠지 모르게 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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