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앉아 쭈뼛거리며 말하고, 편집 프로그램 앞에서 커피 세 잔을 비우며 밤을 새웠다.
썸네일 하나, 자막 하나에도 온 마음을 쏟았다.
누가 봐줄까 싶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건 ‘내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알고리즘이 우연히 나를 띄워줬고,
내 채널엔 조금씩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댓글이 달리고, 공유가 되고, 구독자 수가 늘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신중해졌고, 더 정성껏 만들었다.
내 채널은, 말하자면 나만의 ‘디지털 집’이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익숙한 영상 하나가 다른 채널에서 눈에 띄었다.
편집 방식도, 자막 톤도, 말투까지도 너무 닮아 있었다.
웃긴 건—그 채널이 나보다 더 잘되고 있었다는 거였다.
어쩐지 내가 만든 장면 속에서,
그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마음은 베끼지 못한다고 믿었는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비슷할 뿐이잖아요."
"아이디어엔 저작권이 없어요."
"유튜브는 원래 그런 곳이죠."
그 말들 속엔 틀린 말은 없었지만,
정작 맞는 말도 아니었다.
그건 단순한 데이터의 복사와 붙여넣기가 아니었다.
내 시간, 내 생각, 내 감정까지 복제된 기분이었다.
요즘은 생성형 AI가 만든 텍스트와 이미지, 음악, 심지어 코딩까지 넘쳐난다.
사람들은 묻는다.
“어느 정도를 바꿔야 ‘내 것’이 되나요?”
“프롬프트도 창작인가요?”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나에게도 향한다.
‘너는 얼마나 사람다운 방식으로 만들었느냐고.’
솔직히, 나도 헷갈린다.
사람이 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듣고, 읽고, 배우며 살아가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건 드물다.
지구상에 완전히 ‘처음’인 무언가가 있긴 한 걸까?
실제로 나도, 누군가와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작정하고 베낀 건 아니었지만,
내 블로그 글에 어떤 이가 댓글을 달았다.
“이건 제 고유한 해석인데요.”
나는 깜짝 놀랐고, 미안해졌다.
아마도 그 문장은 오래전 어디선가 읽고,
내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강의를 하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많은 책과 강의를 보며 배운 설명이
이젠 내 말처럼 입에 붙어 있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 그걸 자신의 독창적 표현이라며
출처를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순간, 당황했다.
도대체 어디서 주운 말인지,
이제는 나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겹쳐진 기억과 생각 사이에서
나는 중요한 걸 하나 배웠다.
저작권은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과정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것.
누가 먼저 썼는지를 따지기 전에,
그 문장을 만들기까지 어떤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지를
상상해보는 것이 저작권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다듬고 형태로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그 안에 창작자의 고유한 결이 있다.
결국 저작권은
무언가를 '먼저 만들었다'는 권리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글을 인용할 땐 출처를 남기고,
내 글 앞에는 조심스럽게 이름을 붙인다.
Written, edited, and created by me.
이건 내 글을 지킨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책임지고 만든 글이라는 선언이다.
이름을 붙이는 일은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 상호 존중이 쌓일 때,
우리는 더 자유롭게, 더 당당하게 창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