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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쌤 Apr 20. 2022

디지털세대의 여행

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16)

여행객들의 손에는 항상 카메라가 들려있다. 디지털카메라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세상을 담아낸다.


0과 1로 구성된 비트들이 모여 바이트가 되고, 바이트는 킬로바이트로, 메가바이트로, 기가바이트로 정보량을 표기하게 된다. 디지털카메라는 여행객들에게 필수적 아이템이다.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담아내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언제든 클릭 몇 번으로 여행지의 풍경과 함께 여행한 사람들을 불러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

디지털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감촉들, 갑작스레 찾아오는 감정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풍경들, 동행자가 던지는 가벼운 농담들, 낯설지만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숙소의 아침들, 서울의 맛집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특별하게 느껴지던 음식들. 우리의 몸이 느끼는 감각의 형태는 디지털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한다. 아날로그적 기억장치인 우리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껴보는 것도 여행에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분 좋은 추억들로 가득한 여행은 사진이 없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진으로 담아 놓지 못해 아쉬운 순간도 있겠지만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의 세계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도 여행 중 풀어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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