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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쌤 May 18. 2022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17)

제 조카는 가끔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삼촌, 어제 꿈을 꿨는데 진짜 무서웠어. 내가 숲 속에서 길을 잃었었거든. 바람소리도 엄청 크고, 비가 내릴 것만 같았어. 뛰듯이 걷고 있는데 집이 하나 나타난 거야. 그래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 계단이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갔더니 방문이 열려있었어. 거기서 삼촌이 나오더라고!”

조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저를 의아하게 올려다봤습니다.

“근데, 삼촌. 거기서 삼촌 뭐하고 있었어?”

“응? 나? 글쎄, 삼촌이 거기서 뭘 하고 있었을까?”

“삼촌이 모르면 누가 알아? 삼촌 바보.”


아이들은 꿈과 현실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꿈에서 있었던 일이 꿈에서 깬 현실에서의 일과 혼재되는 것이죠. 혹 우리도 똑같은 실수를 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현실에서 ‘나의 꿈’을 꿉니다.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을 이루고 싶고, 무엇을 가지고 싶다고.

꿈과 현실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현실과 꿈 사이에서 부유하고,

꿈과 현실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사람들은 현실에 치여 꿈을 잊은 채 살아가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져 볼까요?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꿈"이 되길 소망합니다. 무엇이 되고 싶다, 가 아니라 이미 무엇이 되어 있는 '나'를 원합니다. 무엇을 이루고 싶다, 가 아니라 이미 무엇을 이룬 '나'를 원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싶다, 가 아니라 이미 무엇을 가진 '나'를 원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삶'을 꿈꾸게 만들고 싶습니다.

혹시 저만 그런가요? 저만 욕망 덩어리인가요?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이루려고 하는 것 vs 내가 현재 이룬 것

입니다.


그런데 이게 애초에 싸움이 되는 영역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나와 지금의 나는 영원히 합체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있으며,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좌절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목표를 바꿨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꿈꾸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의 '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다하려고 합니다. 원하는 '나'를 좇지 않고, 오늘의 '나'를 채찍질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무척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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