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호사를 그만둔 이유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좋은 학교를 나왔고, 좋은 시험에 붙었으며, 좋은 타이틀 아래에서 안정된 수입을 얻었다.
명함은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명확했고, 언제나 유능했으며, 언제나 바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삶"이라는 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기까지
아홉 해가 걸렸다.
변호사의 일은 고독하다.
책상 앞에 홀로 앉아, 타인의 분쟁과 갈등을 조율하고, 언어로 벽을 세운다.
정확함과 논리가 모든 가치 위에 놓이고, 감정은 간섭받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된다.
사람을 다루되, 사람의 온기는 닿지 않는 방식으로.
그런 일상이 쌓일수록, 삶의 감각이 점점 흐려졌다.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보다는,
‘이게 나의 일인가’라는 거리감이 더 자주 들었다.
어떤 날은 승소를 해도 허전했고,
어떤 날은 수입이 늘어도 기쁘지 않았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만한 대우를 받으니 감수할 만하지 않아?”
그 말 앞에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났다.
직업은 삶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그러나 기둥이 아무리 견고해도, 그 위에 올라선 삶이 비어 있다면
그 건축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직을 선택했을 때, 가장 먼저 줄어든 것은 소득이었다.
그리고 함께 사라진 것은,
시간의 여유, 판단의 자율성, 이름 앞에 붙던 무언가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자리에서부터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또렷해졌다.
좋은 직업을 가졌을 때는,
나의 일상이 사회적 언어로만 번역되었다.
지금은, 나의 시간을 나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모든 직업이 곧 삶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직업은 한 사람의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사람은, 자격이 아니라 태도로 정의된다.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건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이 질문은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 생긴 순간부터,
직업이 아닌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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