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을 이번 생을 위해, 빼기 프로젝트

지속적인 미니멀라이프

by 소율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결혼 전부터 그리고 결혼 25년 동안 살림이 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전자제품과 가구를 들일 때는 꼭 필요한 것인가 몇 번을 생각했다. 남들 다 가진 제품을 몇 년 뒤에야 장만하곤 했다. 고장 나지 않는 한 싫증이 나서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작은 집에 살았고 그런 태도가 유용했다. 아마 큰 집이었어도 다르진 않았을 듯싶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살림이 별로 없는 편이네요, 라고 인사했다.

적게 먹는다. 약한 위장을 타고나 어떤 음식이든 정량 이상을 먹으면 반드시 체한다. 어릴 때부터 평생을 그랬다. 특히 아침밥은 조금 늦게, 가볍게 먹는 것이 이롭다. 국과 반찬으로 가득한 새벽밥 같은 것은 몸이 거부한다. 먹고 책상에 앉아도 소화가 될 만큼이 알맞다. 맛과 상관없이 양을 너무 많이 주는 식당은 좋아하지 않는다. 뷔페처럼 무한정의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는 곳도 피한다. 무의식적으로 본전 생각을 하는지 과식하게 되니까. 내 돈 내고 체해서 고생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있을까(솔직히 가끔 그런 짓을 하지만).


남편보다 옷과 신발이 적다. 남자치곤 꽤 많은 편인 남편과 여자치곤 꽤 적은 편인 나에게 생기는 역전 현상. 애초에 적게 사지만 주기적으로 정리를 한다. 즉 버린다. 최소한 1년에 한 번쯤은 옷장을 열어 숙청작업에 들어간다. 안 입는 것, 못 입는 것, 맘에 안 드는 것들을 추려낸다. 살 때는 나름 신중하게 골랐는데 시간이 지나면 눈높이가 달라진다. 버릴 때는 아까워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걸린다. 누가 좋아할지 물어보고 알아보고 하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다. 결국은 재활용 옷 박스로 들어가는 게 제일 빠르다.


늘 가볍고 단순한 생활을 소망했다. 미니멀리즘을 알기 전부터 내 삶은 간소했다(고 자만했다). 몇 년 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키 후미오>를 읽고 아직 멀다는 걸 깨달았다.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당장 대대적인 집 정리를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사는 데 바빠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다. 타고난 성정대로 딱 그만큼만 하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돌아오는 11월에 군대 간 아들이 제대한다. 열아홉 여름 이후로 7년 만에 엄마아빠와 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좁은 집. 부부 둘에게도 넉넉지 않은 23평 빌라. 성인 셋이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집에 깔린 융자를 갚기 전까진 이사도 못 간다. 집을 늘릴 수는 없으니 짐을 줄이는 수밖에. 보다 안락하게 살기 위해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때 유행이 지나간 시류일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겐 지금이 적기이다.


가끔 생각나면 하는 정리 말고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나는 그것에 이름을 붙였다, ‘빼기 프로젝트’라고.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걸 바꾸기란 불가능하겠지. 일단 물건부터, 그리고 몸과 마음까지. 예전에는 더하기가 중요했다. 부족한 것만 눈에 들어왔다. 채우고 늘리고 싶었다. 비례해서 기대와 욕심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오십 줄을 넘어서니 ‘뺄셈’이 훨씬 가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잘 빼기만 해도 최소한 이번 생이 망하지는 않는다는 걸. 아 20년 전에만 알았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서른 살의 나에게 말해줄 수만 있다면. 하긴 그걸 믿기나 했을까? ‘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저에게는 아직 (적어도) 30년이 남아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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