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계절이 돌아왔다, 호강을 다짐한다

by 소율


제주도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이 죽 끓듯 하다.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8월 말에 갑자기 25도 정도로 시원했다가 9월 말엔 28도, 29도로 올라가 더웠다. 이번 주 초부터 20도 언저리로 곤두박질쳐서 집안이 썰렁하다. 작년 겨울 처음 이사 왔을 때의 추위가 오소소 떠오른다.


이 집에서 여름과 겨울을 모두 났다. 뭐가 더 힘드냐고 묻는다면 미세한 차이로 겨울 편을 들겠다. 여름엔 에어컨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겨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 '휴양'이나 '여행'을 기본으로 지은 타운하우스는 '생활'을 기본으로 지은 아파트나 빌라보다 단열과 냉난방 면에서 훨씬 뒤떨어진다.


제주도는 대부분 LPG 가스를 사용한다. 같은 양을 써도 동네마다 집마다 단가와 효율이 다르다. 대단지 아파트가 제일 저렴하면서 따뜻하다고 들었다. 소규모라도 어쨌든 아파트란 이름을 달고 있으면 나은 조건이다. 그다음이 빌라인 것 같다. 마지막이 개인 주택이나 타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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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은 타운하우스인데 애매한 곳이랄까. 타운하우스 하면 대개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부티 나는 집을 떠올린다. 그런 곳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아들은 이 동네가 소설에서 읽은 유태인 게토 같단다. 한마디로 소박하다 못해 촌스럽다. 지은 지 7년이 되었다. 아마 타운하우스라도 집값이나 신축 연도에 따라 사정이 다를 테지만.


아주 오래된 건 아니어도 연식에 비해 집이 낡고 기능이 떨어진다. 애초에 날림으로 지었을 것이다. 빌려주는 집이라고 집주인이 전혀 관리를 안 한 탓도 있겠지. 여름은 여름대로 햇볕에 바싹 달구어져 바깥 온도와 실내 온도가 같다. 일어나자마자 에어컨을 틀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위층이 없는 단층의 단점이다.


또한 단열은 안 되는 주제에 창문이 지나치게 많다. 무려 8개. 내가 들어왔던 12월에서부터 심지어 5월 초까지 실내가 추웠다. 10월 현재도 벌써 추워지기 시작했다. 일 년의 삼분의 이는 춥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더운 셈이다. 도대체 중간이 없어, 중간이.


그럼 난방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문제는 그 난방을 하는 LPG 가스 요금이 어마 무시하다는 것. 한겨울에 내가 자는 방 하나에 1시간에 10분씩만 틀어도 20만 원이 넘게 나온다. 하물며 거실 난방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집안에서 가장 두툼한 파카를 입고 벌벌 떨며 지냈다.


할 수 없이 가스 대신 전기난로를 틀었다. 전기 요금이 12만 원이 나오더라. 그래도 가스비보단 싸니까.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 살던 슬라브 지붕 집이 웃풍이 심했다. 겨울에 이불을 덮으면 코가 시렸다. 내 인생에서 그런 추위를 또 겪을 줄 정말 몰랐다. 더구나 남쪽 섬 제주에서.


오늘 새벽 자다가 갑자기 깼다. 추웠다. 나는 수면 조건이 매우 취약한 사람이다. 조금만 더워도 추워도 못 잔다. 덮고 있던 차렵이불 위에 여름 이불을 겹쳐 덮었다. 그제야 따뜻했다. 몇 시인지 궁금했지만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불을 꺼내느라 불을 켜고 움직였다. 이럴 때 핸드폰까지 켜면 완전히 잠을 방해할 터.


한참을 뒤척이다 선잠이 들었다. 여러 가지 꿈을 꾸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 7시 알람이 울렸다. 나는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다. 비몽사몽 한 시간을 더 잤다. 여전히 방은 썰렁했다. 이불 밖은 위험해! 나가기가 싫었다. 10월까진 두꺼운 이불로 버티고 11월에는 난방을 해야겠다.


작년 겨울처럼 무식하게 고생하진 않으련다. 11월 말에 과천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마지막 달이니까 조금 호강해도 괜찮겠지? 여름에 쓰지 않았던 가스비를 11월엔 과감하게 투자하련다. 적어도 춥지는 않게 난방하기. 그게 남은 제주살이 소망이다. 적어놓고 보니 참 욕심도 없다. 이것도 호강이라고.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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