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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필연으로, 책쓰기 수업 <인생첫책> 1기

1인 1책을 위하여

by 소율


올해 책쓰기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인생첫책>, 현재 1기입니다.

2월에 시작해 6월까지 총 오 개월(20주) 과정.

지난 월요일 13차 수업을 했으니 이미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실은 사연이 좀 있어요.

공지나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만든 수업이거든요.

어쩌다 보니 '비밀 책쓰기 수업'이 되었달까요?

그동안 후기 한 번 올리지 않은 정말 '비밀스러운' 수업인 듯?

굳이 비밀로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하하하.

오늘 그동안의 과정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작년 연말 지인 A 님을 만난 자리, 내년엔 꼭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을 토로하시더군요.

평소 많은 글을 써오셨기에 글쓰기 근력이 탄탄한 걸 잘 알고 있었죠.

제가 먼저 (4권의) 책을 써본 입장에서 열렬히 조언을 해드렸어요.

그러나 반신반의하며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하시더라고요.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설왕설래 끝에 제가 책 쓰기 코칭을 해드리기로 결론이 나버렸네요?


이제까지 저는 책 읽기, 글쓰기, 여행, 걷기를 테마로 여러 가지 수업과 모임을 진행해 왔어요.

모두 제가 스스로 기획하고 계획한 것들입니다.

당사자의 요청으로 만든 수업은 <인생첫책>이 최초로군요.


일단 오직 A 님을 도와드릴 마음으로 일대일 수업 삼 개월을 잡았어요.

계획하는 과정에서 수강생이 한 명 더 추가되고 기간도 오 개월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합류하고자 하는 분들이 알음알음 문의를 하십니다.

저는 단호하게 인원을 두 명으로 마감했습니다.

1기는 늘 그렇듯 시도하는 첫 모임이고 온전히 집중할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를 믿고 찾아와 주신 분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의미에서, 제대로(!) 확실히(!) 지원사격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1기 수강생들의 특징은 책의 콘셉트가 확실하고 그동안 써놓은 글이 어느 정도 모여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첫 책인 <고등학교 대신 지구별 여행>의 글을 여행지에서 계속 쓰면서 다녔던 거랑 비슷한 상황이죠.

기존의 초 초고(초고의 엄마 격?)를 가지고 초고를 쓰기 시작했던 셈이랄까요.


<인생첫책 1기>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초고를 완성하는 것.

최소한 40개 안팎의 꼭지글이 필요합니다.

사실 오 개월 안에 써내기란 매우 빡빡한 일정이에요.

글쓰기에만 매달려도 쉽지 않은데 두 분 다 본업이 있어 더욱 바쁘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차곡차곡 13주 차 수업까지 진행되었고요.

글도 절반 정도 쌓이고 있어요.

남은 두 달 동안 열심히 달려 초고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에요.

두 분 다 하실 수 있다고 믿어요.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초고를 끝내는 것입니다.

초고를 삼분의 이쯤 쓴 사람과 백 퍼센트 완성한 사람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이, 설마 그 정도일까요?

네, 설마 그 정도가 맞습니다.

미완성과 완성이란 그만큼 질적으로 다릅니다.


초고를 완성한 자는 일종의 '기회 부자'라고 보시면 돼요.

그만이 비로소 글을 고칠 수 있고 모조리 뜯어 엎을 수 있고 출판사에 투고할 수 있고 더불어 '거절을 당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거절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그것도 엄청난 기회입니다.

투고한 원고를 거절당하면 많이 속상하고 기운이 빠지고 우울하고 심지어 겁이 나기까지 합니다.

저도 겪어본 일이잖아요.

그러나 거절당하는 것조차 초고가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걸 아세요?


아무리 기획안이 훌륭해도 완성된 초고가 없으면 종이로 지은 집과 마찬가지.

요즘 출판사는 잘 만든 기획안만으로 계약을 하지 않거든요,

기획안을 실제로 글로 채울 능력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샘플 원고가 편집자의 마음에 들어도 초고 전체를 요구합니다.

증거는 오직 완성된 초고뿐이죠.


한 문장 한 문장을 연결해 글 한 편을 쓰고 그것이 유기적으로 쌓여 초고를 완성하는 과정은 작가로서 기본기를 단련하고 실력을 닦는 시간입니다.

글쓰기는 오직 쓰기만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요.

책 쓰기는 오직 분량을 채워 초고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끝에서 다시 시작이 비롯됩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란 옛말은 정답,

다시 토 나올 때까지 고치는 퇴고라는 나머지 절반이 기다리고 있지요.

오 개월이 지나면 퇴고와 투고를 위한 심화 과정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저는 지난한 그 시간을 지치지 않고 버텨 줄 용기와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수업은 과천 문원동의 조용한 카페 '아라비카'에서 매주 두 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안쪽의 아늑한 자리를 예약석으로 마련해 주셨거든요.

카페 마당과 주변에 여러 개의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가 아주 편리해요.


한 주 동안 쓴 꼭지글을 카페(네이버 강소율여행연구소)에 올리면 저는 글들을 인쇄해서 읽습니다.

글의 구성과 주제, 표현 등에 대해 꼼꼼하게 수차례 체크합니다.

경쟁 도서나 유사 도서를 같이 읽어보며 공부하고요,

배울 점과 참고할 점을 안내합니다.

꼭지글 쓰기 외에 가끔 숙제도 내드려요.

조금 느슨해졌다 싶으면 마감을 정해 살짝 압박하고 쪼기도(?) 합니다.

모든 행위가 '할 수 있다, 잘한다, 으쌰으쌰' 기운을 북돋아 주는 다양한 모습이죠.


삼 개월 동안 <인생첫책 1기> 책쓰기 수업은 저에게도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되었어요.

우연에서 시작해 필연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까요?

아마 올해 제가 제일 마음에 담고 집중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인생첫책 2기>는 여름이 끝나갈 8월 중순 경 모집할 예정입니다.

계속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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