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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Sep 29. 2023

아들의 소원은 등갈비 김치찜 두 번

아들의 두 번째 소원을 들어주었다. 소원 항목은 엄마표 등갈비 김치찜. 8월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한여름엔 더워서 못한다고 칼같이 거절했다. 이래 봬도 내가 고집이 있는 여자라고.

지난 7, 8월이 얼마나 더웠냔 말이다. 비는 또 왜 그리 자주 많이 오는지. 툭하면 34도 35도. 말 그대로 찜통더위. 엄마라고 해서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란다. 날이 선선해지면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조금 매정했나? 부모 곁을 떠날 날이 머지않은 아들에게 등갈비 김치찜이 뭐라고 튕길 일인가 싶지만.

나에게 올해 여름만큼 힘든 계절이 없었다. 긴 장마가 지나고 찜통더위가 닥치자 잠을 못 자는 날이 이어졌다. 견디다 못해 기어이 내 방에 따로 에어컨을 달고야 말았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 중순이었다. 하루라도 편히 자야겠다는 절박함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이쯤에서 아들의 첫 번째 소원을 밝혀볼까나. 네 역시 엄마표 등갈비 김치찜이었답니다. 우하하. 실은 지난주에 드디어 등갈비찜을 해준 것이다. 오랜만에 하는 요리여서 먼저 레시피를 검색해 보았다. 오호라 요즘은 김장김치를 한 쪽씩 갈비에 돌돌 말아서 조린단다. 이거 재밌네. 


등갈비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데쳤다. 다시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어 고기 준비. 김치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냈다. 생협이 담그어준 (즉 생협에서 산) 김장김치는 딱 세 포기가 남았다. 한 포기를 꺼내 꼭지를 잘라내면 김치도 준비 끝. 줄기 부분부터 시작해 갈비를 감싸 돌돌 말았다. 하나씩 완성되는 돌돌이들. 이쁜걸. 모양새부터 합격이다.


예전엔 커다란 냄비에다 김치와 갈비를 겹겹이 깔아서 조렸다. 일단 양이 많았고 갈빗살이 쏙 벗겨지도록 익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여름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참 끓여야 해, 그래서 너무 더워, 그래도 참아야 해, 그러니까 기운이 다 빠져.  


내가 참고한 '요즘 레시피'는 딱 한바닥만 깔더라. 30분이면 완성이란다. 한 끼 먹을 만큼만 한다는 게 요점. 훨씬 수월할밖에. 전에는 내가 참 무식했구나. 무조건 한꺼번에 잔뜩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실은 아들이 워낙 잘 먹기도 했고요. 그땐 어지간해선 양이 차지 않았다오.


지금의 나는 머리를 좀 쓰기로 했다. 냄비 두 개와 궁중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 돌돌이들을 딱 한 겹만 올렸다. 그 위에 양념한 김치 국물을 붓고 끓였다. 정말 30분 만에 갈비가 잘 익어버렸어! 하나씩 떨어지는 등갈비 김치찜은 그릇에 담기도 먹기도 편했다. 아들은 활짝 웃으며 외쳤다.


"바로 이 맛이야!!!"

"또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해. 이젠 날도 시원하고 엄마가 다 해줄게."

"다음 주에 등갈비찜 한 번 더!"


아이고, 등갈비 김치찜이 그렇게 좋아? 나는 전보다 살이 더 실한 등갈비를 새로 주문했다. 네이버 블로거의 덕을 보았기에 또 레시피를 조사했다. 다 비슷한데 양념 국물에 새우젓을 넣으라는 방법이 눈에 띄었다. 새우젓이라면 돼지고기와 김치 모두에게 찰떡궁합 아닌가. 아 감이 온다.


새우젓을 한 숟갈 넣었더니 맛이 조화롭고 풍성했다. 빈 곳 없이 꽉 찬 맛이랄까. 아들은 두 끼를 연속 등갈비찜으로 먹었다. 지난주보다 더 맛있다고 난리였다. 


"엄마에겐 아직 김장김치 두 포기가 남아 있느니라. 또 무엇이 먹고프냐?"

"어머니, 그럼 다음엔 두부김치 부탁합니다."


어째 김치와 돼지고기 조합에서 벗어나질 않네. 김치전, 돼지고기 김치찌개, 김치만두, 등갈비 김치찜, 두부김치. 아들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식이다. 아이일 때도 청년이 되어도 엄마에게 바라는 건 그저 맛난 요리. 실컷 먹을 수 있고 해줄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먼 나라로 떠나기 겨우 삼 일 전. 


명절 연휴인데 고기 주문이 가능할까 나는 걱정했다. 안 되면 내일 마트에 달려가 사 와야지(마트 문을 여는지 모르겠네). 세상에 추석 당일에도 새벽 배송이 됩니다? 편리함에 놀랍고 한편 일하는 분들께 죄송했다. 덕분에 돼지고기 충전 완료, 당장이라도 두부김치 가능. 아들아 말만 해라.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음식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심지어 두 번 다 사진이 없어요. 

핀터레스트에서 생 등갈비 사진만 가져왔슈.

명절의 고단함에서 벗어난 지 꽤 되었답니다. 

명색이 추석날에 밀린 이야기를 느긋하게 쓰고 있네요. 

여전히 바쁜 명절을 맞이하는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고 저런 날도 옵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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