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1년을 또 무사히
<2018년 1월 8일>
새해 벽두 6년 무사통과 결과를 받았다.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는 사실 걱정을 했더랬다.
6년차 종합검사는 순탄하지가 않았다. 원래 작년 2017년 9월에 검사가 잡혀 있었다. 5년차 검사 받고 난 뒤 1년을 어찌나 태평하게 지냈는지, 아니다, 태평했다기 보다는 일에 집중하느라 검사 따위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2016년 말에 시작한 중년을 위한 여행강좌를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단체강연 요청이 늘어서 여기저기 강연다니는 게 재미있었다. 동시에 강좌 내용을 책으로 펴내는 작업도 시작했다. 5월에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10월까지 원고를 썼다. 여행도 물론 멈출 수 없으니 9월에 인도네시아 여행을 잡아 놓았다. 세상에, 검사날이 여행 한 중간에 떡 박혀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검사날짜까지 잊어 버릴 수가 있나. 역시 5년이 넘어가서 그럴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심했다.
뒤늦게 놀라 여행일정을 바꾸자니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할 수 없이 검사날짜를 바꾸려니 가장 가까운 날이 12월 29일이었다. 그전까지는 무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루도 비는 날이 없는 것이다. 병원에 검사받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앞으로 종합검사 날짜는 꼭 지켜야지, 변경하는 건 너무 어렵다.
요즘 내내 꿈자리가 사나웠다. 밤새도록 억울한 일을 당하는 꿈을 꾸다가 깨면 아침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다행인 건 일어나 움직이면 꿈 내용은 금세 잊어버린다는 것. 검사 당일 역시 꿈이 뒤숭숭했다. 괜찮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과는 검사 1주일 뒤에 나온다. 결과를 들으러 이번에는 아들과 같이 병원에 갔다. 3년 반 대학생활 동안 겨울방학 때는 집에 온 적이 없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집에 온 아들이다. 힘들었던 유학생활을 보상받듯 내내 먹고 자고만 하더니 전날 밤 불쑥 그런다. "엄마, 내일 내가 같이 갈까?" 아빠가 마침 집에 없으니 자기라도 가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들었나 보다. 혹시나 나쁜 결과가 나오면 엄마 혼자서 힘들까봐 걱정이 되었나. 라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 뭔 배짱으로 결과는 괜찮을 거라 단정하고 끝나면 치킨, 골뱅이에 맥주 한 잔 하잔다. 엄마를 핑계삼아 치맥을 하려는 사심이 가득하다. 아무렴, 결과만 좋다면야 뭔들 못하겠니.
검사 결과 재발 전이 없이 이상 무.
오른쪽 유방에 물혹이 하나 있으나 별 거 아님.
골감소증이 있으나 심각하지는 않다. 이건 칼슘 복용보다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단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내분비내과 진료를 받을 것.
전체적으로 큰 이상은 없다. 1년 내내 "내가 유방암 환자였어?"라며 무심하게 지낸 것에 비하면 너무나 감사한 결과다.
작년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는데 이번에는 더 올라갔다. 이것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완벽할 듯.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걷기와 등산을 꽤 열심히 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을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운동은 했지만 체중을 줄이지는 못 한 게 영향이 있지 않을까? 재작년에 4키로가 늘었는데 작년에 인도네시아 여행 다녀와서 2키로가 빠졌다. 올해는 나머지 2키로를 빼고 가능하면 1키로 더 빼기. 이게 원래 내 체중이다.
올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를 해봐야겠다.
붉은 고기는 끊고 생선이나 해물, 두부를 먹기. 채소 섭취량 늘리기. 더불어 식사량 조절해서 체중 줄이기.
지난 3개월 운동 결과 먹는 양을 줄이지 않으면 운동을 해도 별로 체중이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면 먹는 것에 비해 내 운동량이 부족했거나. 하루에 1시간 가량의 운동량을 더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먹는 걸 줄일 수밖에 없다.
운동은 걷기나 등산을 넘어서 좀더 적극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근육운동을 해야겠는데 집 앞 헬스클럽에 가볼까. 그동안 여러번 다녀봤지만 실은 지겨워서 지속하지를 못했었다. 3일은 등산, 3일은 헬스, 이런 식으로 변화를 주어봐야 할 듯.
유방암 환자로서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한 것은 없다.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나 한약을 챙겨먹은 적도 없다.
건강을 위한 비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가끔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고, 때때로 하고 싶은 여행강의를 진행하고, 기회가 되면 여행책을 쓰고, 매일 운동을 조금 한다.
그냥 내 삶을 사는 것.
유방암 경험자라는 걸 너무 신경쓰지는 않지만 잊지도 않는 것.
암환자가 되어 치료받는 과정을 거치며 가장 싫었던 게 바로 일상이 무너지는 거였다.
행복이란 하루하루 평범하지만 특별한 내 일상을 내 맘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제라도 재발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유방암 경험자로 사는 동안 완전히 맘을 놓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게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게 또 인생이므로 받아들여야겠지.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말하자면,
아무튼, 어쨌거나,
또 1년을 무사히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