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감정과 몸의 삼위일체
<2018년 1월 23일>
한창 잠을 못 자고 힘들었을 때가 11월이었다. 겨우 약을 끊고 스스로 자기 시작했을 시점이다. 3시간 정도 자면 잘 잔 거고 아예 1시간도 못 자는 날도 있었다. 남들이 좋다고 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유튜브 의사들 방법은 침대에 누워 있지 않고 밤새 활동하기. 즉 밤에 잠이 안 오면 누워서 잠들기를 기다리지 말고 벌떡 일어나 활동을 하라는 거다, 티브이를 보든 책을 읽든. 그렇게 1주일만 하면 결국 나중에는 졸려서 쓰러져 자게 되어 있단다. 말하기는 쉽지. 하지만 밤에 누워서 쉬지도 못하는 이 방법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하루 이틀 정도면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틀 이상은 무리인 게 낮에 너무 힘들어서 생활이 불가능하니까. 누구나 생업이라는 게 있다. 직장인은 물론이고 나같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도 낮에 할 일이 많단 말이다. 매일 쌓이는 집안일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등등.
밤에 조금도 몸을 누이지 못하고 낮에 생활을 하는 건 며칠 이상은 불가능하다. 잘 못 자더라도, 최소한 한 시간을 자더라도 혹은 누워라도 있어야 낮의 활동을 버틸 것이 아닌가.
할 일은 태산인데 멍하니 암 것도 못 하는 상태로 1주일 이상을 , 쓰러져 잠들 때까지 버티라는 건 너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 지들이 해보고 하는 소린가 싶다. 해봤으면 태연하게 "아주 쉬워요, 그렇게 하면 됩니다." 이따구 소리는 못 할 테지.
잠이 안 오더라도 누워 있으면 가끔 10분, 20분이라도 잠깐씩 자기도 하고(운 좋으면 1시간 이상 잘 수도 있다) 어쨌든 누워서 몸을 쉬어주기 때문에 그럭저럭 (힘들지만) 낮에 생활이란 걸 할 수가 있다. 이건 이틀 해보고는 바로 포기했다.
다음으로는 아로마세러피.라고 까지는 좀 거창하고 아로마 디퓨저를 사용해 보았다. 라벤더 오일이 숙면에 좋다고 해서 샀는데 아뿔싸, 잘못 골랐나 보다. 밤에 침실에 놓기는커녕 낮에 거실에도 못 놓겠다. 칭찬 일색이던 후기와는 달리 냄새가 이상했다. 그러니까 좀 석유 계열 냄새가 났다고나 할까. 잠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머리가 더 아팠다. 남편도 엄청 싫어해서 결국 며칠 못 쓰고 다 버렸다. 으, 아까비. 돈만 버렸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건 , 잠잘 때 이미지 상상을 하는 것. 어찌 보면 좀 뜬금없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6시간 이상씩 그럭저럭 잘 자는 편이다.
<3개의 소원,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거기에 불면증 해결 방법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이 책은 자칭 소원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불면증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 그런데 그 책 속에 지나가는 말로 잠깐 언급한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야기인즉슨, 누구는 원하는 일에 대해 자기 전에 이미지 상상을 하는데 그게 아주 잘 먹혔다는 것이다.
1.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멈춘 상태에서 원하는 내용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2. 그다음 숨을 내쉰다.
불면증에 좋다는 478 호흡법이라는 게 있다. 누워서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7초 동안 멈춘 다음 8초 동안 내쉬라는 것이다. 이것도 해보았는데 20분 이상 해도 잠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머릿속을 헤집는 여러 가지 생각을 멈추는 효과는 있었다. 이미지 상상법은 이 478 호흡법에다 상상하기 기법을 합친 것 같았다. 꼭 4초 7초 8초를 지키지는 않았다.
내가 한 방법은 이랬다.
일단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다음 "스르륵 잠들어 눈뜨면 7시"라고 주문을 외운다. 마음속으로 그 만트라를 외우면서 동시에 편안히 잠들었다가 푹 자고 아침 7시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장면을 상상했다.
이러면 일단 여러 가지 온갖 떠도는 생각들이 가라앉는다. 주문 같은 나만의 만트라에 집중을 하고 머리로는 이미지를 그리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하다가 지쳐서 쉬면 잠깐 또 잡념에 빠지기도 하지만 다시 상상으로 돌아간다. 이 방법의 핵심은 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비우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처음에는 한두 시간 겨우 잤지만 차차 서너 시간으로 늘어났다. 전에는 누워서 몇 시간이 지나도 잠이 들지 않았는데 이걸 하면서부터는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어떨 때는 상상을 하다가 한참 잡념에 빠졌는데도 어느 순간 잠이 들기도 했다. 전에는 내가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드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 반대다. 잠이 빨리 안 드니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는 거였다. 비교적 잠이 금방 들면 당연히 잡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괜히 스스로를 탓했다.
또 한 가지 영향을 주는 건 운동 여부였다. 운동을 한 날은 잠이 더 잘 들었다. 안 한 날은 그 반대. 그래서 이놈의 생존 운동을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
불면증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건 아들이 오고 나서 1주일간이었다. 원래 겨울방학에는 집에 오지 않는데 이번에는 뭔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가 왔다. 마침 원고 교정을 한창 볼 때라서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1주일 안에 마치고 출판사에 넘겨야 했다. 운동을 빼먹고 종일 원고에만 매달렸는데 이상하게도 잠을 잘 잤다. 이건 분명 '아들 효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못 보던 아이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저절로 잠이 잘 오는 것 같았다. 자식은 엄마의 영원한 비타민인가 보다.
그런데 웃긴 건 그다음 주 1주일은 또 잠을 못 잤다. 아들 효과는 유효기간 딱 1주일? 정말 '반짝 효과'다. 아마 운동을 계속 못했더니 효과가 급 떨어진 것 같았다. 원고를 넘기고 다시 매일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잘 자다가 또 못 자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서서히 잠자는 게 자리 잡아갔다. 아들이 알래스카로 돌아가고 우울해져서 3일을 못 자다가 그 이후로는 6시간이나 7시간 정도 자고 있다. 여전히 운동을 하면 더 잘 자고 안 하면 더 못 잔다.
지금은 딱히 호흡법이나 이미지 상상을 하지 않고도 수면시간이 유지된다. 몸에 한번 자리를 잡으니 그럭저럭 틀이 생긴 것 같다. 이제는 잠이 금방 오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고 곧 잠들겠지 하고 몸을 믿어주게 되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수면 습관이 잡혀서 다행이다.
정리하자면 나만의 비법은
머리를 비우고
마음은 편안하게
그리고 운동하기.
쓰고 보니 오묘하다.
생각과 감정과 몸의 삼위일체가 아닌가.
낮 동안 몸은 움직여라.
그러나 밤에는 생각을 멈추고 감정은 평안하게 내려놓고 쉬어라.
그것이 편안한 잠을 불러오는 조건이었다.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효과 좋은 처방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참고하실 것. 어쨌든 포기하지 말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게 불면으로부터 벗어나는 시작이다. 자꾸 하다 보면 뭐라도 걸리겠지. 희망을 가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