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고서라도 잘 수 있으니 다행 아닌가
<2018년 6월 21일>
이 글을 진즉에 썼어야 하는데 많이 늦었다.
결론부터 고백하자면 다시 불면증 약을 먹고 있다.
그러기 시작한 건 책 출간과 동시에 연구소 사무실을 마련할 때부터였다. 거기에 이어진 출간기념회까지, 신경 쓸 일이 줄줄이 이어졌다. 다시 잠이 달아나버렸다. 아무리 해도 잘 수가 없었다. 1주일쯤을 버텼나? 결국 병원을 찾아갔다. 하루가 급해서 그냥 일반의를 예약해서 약을 받아왔다. 세 알이다. 이제 3개월째 먹고 있다.
병원에 내 발로 가기까지 참 많이 망설였다. 어떻게 끊은 약인데! 약 한 알을 6등분 해서 조금씩 조금씩 줄여서 간신히 끊었다. 그걸 도로 먹기 시작하자니 정말 속이 상했다. 결국 이리될 수밖에 없나? 한 번 암환자이면 영원히 암환자인 건가? 영영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가 없나?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은 약을 또 먹기로 했다. 벌여놓은 일들은 밀려오는데 매일 잠을 못 자니 사람이 견딜 수가 있나? 약을 먹던 뭘 하던 일단은 잠을 자는 게 필요했다. 일상이 가능하지 않은데 어찌 글은 쓰고 강의는 할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약을 먹기 전까지는 너무 착잡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맘이 편해졌다. 어쩔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어.
대신 이렇게 생각을 바꾸었다. 약을 먹고서라도 잘 수 있으니 다행 아닌가. 약을 먹는데도 못 자는 사태가 발생하면 진짜 큰일이 아닌가. 그래 이만하길 다행이다. 이 약(수면제는 아니다)을 먹으면 잠이 좀 많아진다. 아침 8시, 심하면 9시까지는 자줘야 안 졸리다. 한 시간만 덜 자도 하루 종일 졸리고 피곤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루 정도 못 자는 게 별 일 아닐지 몰라도 내 몸은 어쩐 일인지 단 하루도 그걸 견디지 못한다. 무조건 충분히 자야 한다.
약으로 잠을 되찾았지만 최소한의 수면 시간은 엄청 길어졌다. 약 없이 잘 때는 6, 7시간만 자도 낮에 졸리지가 않았다. 약의 도움을 받으면 몸이 잠에 대해서만큼은 욕심꾸러기가 된다. 수면 욕심이 굉장하다. 기본 8, 9시간은 요구한다. 나는 꼼짝없이 긴 시간을 자 주게 되었다. 이제는 언제까지 이 약을 먹어야 할까, 라는 생각도 안 한다.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먹는 거고 나중 일은 그때 가서 또 생각하는 거고. 그저 잠만 잘 자게 해 주면 장땡이다. 그것이 고마울 뿐.
유방암 2기 환자로 시작해 만 6년을 무사통과했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멀쩡하게 여행 다니고 강의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으니 이 정도 불편이야 감사히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지. 나름대로 걷기도 하고 PT도 받고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체력이 그다지 좋아지진 않았다. 여전히 조금만 힘들어도 피곤하고 몸은 아직도 연약하기만 하다. 이제는 수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완전히 받아들여야겠다. 이 상태를 잘 유지만 해도 선방인 게야.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그것도 잘하는 거고.
참, 세상일 장담할 게 못 된다.
이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으니.
큰 욕심만 내지 않으면 이것도 나쁘진 않다.
오늘도 굿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