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하지만 결정은 환자의 몫이죠
3년 6개월 통과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지난주에 일곱 번째 정기검진을 받아서 그 결과를 듣는 날이다. 놀바덱스를 끊은 지 두 달이 넘은 터라 그 영향이 어떨지도 매우 궁금했다.
이번에는 젊은 여자 의사다. 정기검진 결과를 들을 때도 주치의인 ***교수를 예약하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그 냥반은 예약 잡기도 어렵거니와 나도 그가 싫다. 실은 많이 싫다. 성의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단 한 톨도 없고, 모니터조차 본인이 읽지 않으며,
-그럼 누가 읽냐고?
그에게는 다른 의사들과 달리 간호사가 두 명이 붙는다(보통은 한 명이다).
그녀들 중 하나가 그에게 모니터를 대신 읽어주며 설명을 해준다, 마치 하녀 같다.
그는 심지어 진료 중에 커피와 쿠키를 먹기도 하며,
-나는 그럴 때 커피를 그의 얼굴에 쏟아붓는 상상을 했다, 막장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무언가를 질문하면 대답 대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표정으로만 말한다, 그딴 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죠? 그러면 하녀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쩔쩔매며 대신 대답을 해준다.
일반의들도 그다지 맘에 들진 않지만 주치의에 비하면 한결 낫다. 적어도 묻는 말에 (비록 친절하게는 아니어도) 대답은 해주니까. 어떨 때는 질문 하나 하면, 면박을 주며 그건 산부인과 가서 물어보셔야죠, 라거나 또 다른 질문을 하면, 인심 쓰듯 그건 가정의학과 가서 물어보세요, 연결시켜 드릴까요?라고 한다. 도대체 니가 아는 건 뭐냐고?!
어제 만난 의사는 단연코 지금까지 만난 유방암센터 의사들 중에 제일 괜찮았다. 그녀는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잘해주었고, 솔직했고, 환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특히 검사 결과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모두 이상무!!! 야호!!! 더구나 골다공증 약을 안 먹어도 된단다! 약 하나 줄었다, 아싸!!! 역시 항호르몬제를 끊으니까 바로 골밀도 수치가 올라간 거였다. 대신 칼슘제 처방, 이것만도 어디냐, 너무 기뻤다.
단, 콜레스테롤 수치가 계속 높았다. 다음에도 이러면 약 먹어야 한다고. 이건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뚱뚱하지도 않은데 왜 이런 수치가 나오냐고요. 별 수 없다, 무조건 살을 더 빼야지. 운동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리라 결심함(봄에 빠진 2킬로가 요즘 야금야금 다시 다 붙어 버렸다).
한편 놀바덱스 끊었다는 얘기를 어떻게 털어놔야 하나 걱정스러웠는데, 편안하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5년 채워 먹을 것을 권했다, 뭐 의사로서 당연한 일이다.
"...... 하지만 결정은 환자의 몫이죠."
라고 말했을 때 아, 속이 다 시원했다! 환자 본인이 느끼는 고통은 본인만 알지 의사인 내가 알 수가 없으므로 무조건 참고 먹으라고 강권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결정은 본인이 하시오,였다.
다른 의사들은 아무리 부작용에 대해 호소를 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들은 둥 만 둥이었다. 니 아프지 내가 아프냐~ 로봇처럼 이 부작용엔 이 약, 저 부작용엔 저 약, 그저 증상에 대한 처방만 내릴 뿐이었다. 나처럼 부작용이 많은 경우는 드물다니 내가 그동안 오래 참았던 것이다.
사실 무슨 배짱인지 무사통과될 거란 예감을 했다. 완벽하게 건강생활을 한 건 아니었지만 괜한 자신감! 먹는 건 암거나 먹고 싶은 거 다 먹었고(이게 좀 문제였어, 빵 과자 완전 끊기!). 운동은 하루에 1시간 20분 정도 꾸준히 했고 여행 열심히 다녔고 앞으로도 갈 예정이고 흐흐흐.
실은 내일 갈 예정이고.
베트남 다낭, 진짜 목적지는 호이안.
며칠 전에는 드디어 내년 유럽행 항공권을 질렀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아시아나 마일리지 가족 합산. 무비자 90일을 살뜰히 쓸 예정이다. 비행기 값 신경 안 써도 되니까 간 김에 긴 여행을 시도해 보자꾸나. 2011년 6개월 여행 이후 제대로 된 장기여행이다. 게다가 오롯이 혼자 하는 여행.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