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이전의 자유

콜드플레이의 "FIX YOU"

by 노는여자 채윤

금일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담보인정 비율 규제를 풀기로 하였습니다.

최근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의 LTV를 기존 40%에서 70%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인데요.

기존 차주가 대출 만기 시 대출을 갈아탈때,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을 인식한 정부가

정책을 완화하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계속되는 규제로 인해 서울의 매물은 감소하고, 전월세 시장 또한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얼마 전 아는 분이 아이의 학교 문제로 학군지 이사를 준비하다가 좌절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로운 지역의 집을 사려 했지만, 다른 주택이 있어 양도세 문제로 매도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거주 중인 집을 전세로 주고 전세로 이전하려 해도 대출 규제에 막혀 여의치 않았습니다.

결국 그분은 원하던 지역으로의 이사를 포기하고, 지금의 집에 그대로 머무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대출규제 정책이 발표될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발표 바로 다음날 즉시 대출규제가시행되면서, 이미 계약을 마친 사람들 중 일부는 대출이 나오지 않아 계약이 파기되고 계약금을 잃으며 갈아타기가 좌절되었었는데요.


물론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과 서민 주거안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주택공급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 채,

뒤늦게 대출규제·규제지역 지정 등의 수단으로 시장을 억누른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내가 살던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예기치 않은 규제로 인해 이동이 얼어붙는다면, 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를 넘어 삶의 자유가 제한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2년 이스라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주택가격 급등과 주택담보대출 비율 상승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을 우려하며

하드 LTV 강화 정책(Hard LTV Limit)’을 시행했습니다.

대출자가 법적으로 정해진 LTV 비율 이상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한 제도였죠.

이 정책은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세를 늦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도 있었습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차입자들은 더 높은 무담보 대출을 받거나,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더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결국 시장 안정의 이면에는 삶의 이동이 제약된 사람들의 그림자가 남았습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사슬에 묶여 있다.”

장 자크 루소의 말처럼,

한 체제 속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상 ‘규제’라는 사슬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사슬은 때로 슬픔을 막아주는 안전망이기도 하고,

동시에 기쁨의 하나인 자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짐 론의 말처럼,

우리가 슬픔을 막기 위해 쌓는 벽이 결국 기쁨도 함께 막아버린다.”

지금의 대출규제 역시, 안전을 위한 벽이 거주이전의 자유를 막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그 벽이 너무 단단해서 슬픔만으로 채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전과 자유, 슬픔과 기쁨의 균형점을 이루는 벽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빛이 결국 우리를 치유할 것이라는 믿음을 담아...

콜드플레이의 아름다운 치유의 노래 〈Fix You〉 를 함께 떠올려봅니다.

잃어버린 이동의 자유, 그 안에도 여전히 회복의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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