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이 해줄 수 있는 일 with"이문세"의 "가로등 불빛 아래서"
빼곡히 들어선 서울의 아파트.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지요.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결국 위로, 더 위로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보다 면적은 넓지만 가용면적이 더 적은 홍콩을 보면,
‘닭장집’이라는 말이 고개를 끄덕여질 정도로 촘촘한 아파트 숲이 펼쳐집니다.
서울의 미래는 어떨까요?
최근 서울·수도권 집값은 연이어 상승했고,
정권 교체 이후 세 차례의 대책으로 불길은 잠시 잡힌 듯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건설 경기가 부진해 인허가가 줄었고,
서울 수요를 분산할 3기 신도시도 토지 보상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법령 강화로 완공 속도는 느려졌고,
그린벨트를 푼다 해도 서울에 공급할 땅은 현저히 부족합니다.
결국 서울의 공급은 노후 주택의 재정비,
즉 정비사업을 통한 길이 거의 유일합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사업지 지정에서 멸실까지 긴 시간을 거쳐야 하며, 사업성 확보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이해와 상가 임차인들의 갈등까지 얽히면,
진행은 늘 지지부진해집니다. 서울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통기획 시즌2’를 내놓았습니다. 정비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주를 촉진해 더 빠른 공급을 이루겠다는 의지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구로구 가리봉 2 구역을 찾고, 국토부 장관이 성수 1 구역을 방문한 것은 그 상징적 행보겠지요.
2002년 이명박 시장 시절 서울은 305개의 뉴타운이 지정되었고, 박원순 시장 시절 그중 100여 곳이 해제되었습니다. 뉴타운 지정이 투기와 원주민 불안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국 살아남은 뉴타운 들은 시간이 지난 후 양질의 주거를 책임지는 신흥 주거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급 절벽의 시간 이후, 그것들은 여전히 도시의 중추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이해관계의 충돌과 아픔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레이엄 그린은 “파괴는 또 다른 창조의 한 형태”라고 했습니다. 재개발은 누군가에겐 상실의 기억일지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안정된 일상을 품기 위한 선택일 겁니다. 도시는 한 번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시 지어지고 모든 재생은 폐허 위에서 시작되지요
현재 서울의 공급 가뭄을 해소할 수 있는 빛은 정비사업이지만 경제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비사업은
그 틈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함께 가기 위해서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주와 멸실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정비사업지처럼, 서울의 주거 불안정도 언젠가 결핍을 메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들으며,
변해버린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그 안의 기억과 따뜻한 배려가 함께하기를 그리고 너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너무 아프지 않기를, 그 아픔 위에 새로움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