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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멘탈지키기

초보 PM으로 일하면서 깨달은 점

by Sue

IT 회사에서 PM 업무를 하다 보면 멘탈을 지키기 힘든 순간이 많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결정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지보수 중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결국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 하지만 내가 히스토리를 잘 모르는 기능이거나 특정 API를 호출해야 하는 등 개발과 관련된 결정이 필요할 때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방향을 제시해야 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소통에도 서툴렀다. 그래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개발자에게 위임하기도 했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개발자들에게서 지식을 배우는 경우도 많았다.

실수도 했다. 그리고 그 실수를 다른 사람이 발견하기도 했다.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자존감이 흔들렸다.

때로는 단호할 줄도 알아야 했다. ‘싸운다’기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무리한 요구사항을 적절히 거절하거나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요구사항을 받으면 개발 공수를 빠르게 산정하고, 가능 여부를 판단해 팀을 보호해야 했다. 하지만 평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던 나는 이런 역할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 담당자들은 나에게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PM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자책도 많이 했고,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디자이너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PM이라는 직군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인프런에서 PM/PO 입문 강의를 들었고, 그 과정에서 큰 인사이트를 얻었다.


“PM의 역할은 제품을 통해 고객 가치와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단순히 고객이나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킨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기능을 하나 구현하더라도 그것이 제품과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PM의 역할에 대한 설명은 유명 빅테크 회사들의 채용 공고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 말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저런 일을 해내야 진정한 PM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목표가 명확해지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개발자나 이해관계자에게 끌려다니던 나였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감이 잡혔다.


나는 개발자, QA 엔지니어, 디자이너,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물론 개발 지식이 많고, 레거시 시스템의 히스토리를 잘 알면 더욱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거기에만 집착할 수는 없었다. 개발자와 비교하며 계속 부족함을 느끼고 자책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었다.

나는 기능 출시만을 목표로 하는 PM이 되고 싶지 않다. 고객 가치와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PM이 되고 싶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책임자에게 위임하는 태도를 가지기로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배우겠다. 개발자들이 기능을 개발하고 품질 향상에 힘쓸 때, 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기능이 고객과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대신, 개발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

또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PM의 역할은 고객 가치와 사업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며, 그 목표에 충실하면 된다. 개발 지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나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지만, 거기에 집착하면 자존감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지도 말아야겠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므로 작은 성공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성장하는 데 집중하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 하면 결국 지쳐버릴 것이다. 천천히, 꾸준히 가자.


일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사무실은 긴장감이 돌고, 모두가 치열하게 일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내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다. 이렇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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