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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지칠까, 답은 관점에 있었다

일상을 +로 바꾸는 작은 습관

by Sue


슬럼프에 빠졌던 나의 이야기

기대에 부풀어 입사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재입사를 해서 돌아가기로 결심했을 때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내가 또 돌아가도 되나?’ 하는 죄책감과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새로운 업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예전과는 말하는 방식, 사고하는 방식도 달라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했다. 실수할까 늘 긴장하고, 퇴근하면 침대에 누워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 일쑤. 어느 순간 ‘이러다 진짜 망가지는 거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고민했고, 3개월쯤 지나니 아주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기대치를 내려놓고, 관점을 바꾸는 것.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야 해’, ‘이만큼 해내야 해’ 하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러니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고 자책하며 결국 번아웃. 이걸 인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물론 여전히 쉽진 않지만,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작은 행복 찾기

행복은 거창한 일이 아닐 때가 많다. 주말 아침, 출근 걱정 없이 늦잠을 잘 때,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괜히 기분 좋아질 때. 그런 순간들이 내 하루를 버티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냥 잠깐 기분 좋은 정도.

그러다 정말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니, 남편이랑 근교 카페에 가서 각자 글을 쓰고 공부하던 시간이었다. 뷰 좋은 곳에 앉아 서로 할 일 하다가 중간중간 대화 나누고, 다 끝낸 뒤에는 괜히 뿌듯해지는 그 시간.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꼭 이런 거창한 게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는 가족과 외식, 공원 산책, TV 보며 웃는 그 시간이 행복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스쳐 보내지 않고,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다. 소소한 행복이 모여 결국 인생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

PM이 되고 나서 ‘기획자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내야 하며, 데이터 분석과 커뮤니케이션도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 끝없이 공부하고, 그러다 지쳐 번아웃이 왔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이렇게 배우고 있고,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가 느려도,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하루 30분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하고 기록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비교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거울을 보며 ‘그래, 오늘도 잘 해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직장은 배우러 가는 곳

직장은 내향적인 나에게 매일이 전쟁터 같은 곳이었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어울리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내야 했다. 그래서 한때는 ‘그냥 월급 받으며 버티는 곳’이라 여겼다.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 시간을 그렇게 버티며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꿨다. ‘여기는 돈을 받으며 인생을 배우는 곳’이라고.

지금 하는 일이 언뜻 보면 단순한 회사 일이지만, 결국 이 경험이 내 인생에 다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간에 우리는 상품 퀄리티를 고민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하거나 컨설팅을 해도 지금의 경험이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사람 많은 자리와 농담을 어려워하던 내가, 이제는 웃으며 대화하고 TPO에 맞게 옷을 입고 비즈니스 매너를 익힐 수 있게 된 것도 회사 덕분이다.

직장은 이제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훈련장이다. 나라는 사람의 효용과 가치를 알아가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아갈지 익히는 곳인 것이다.




인생은 원래 힘든 것

가끔은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남들은 다 잘 살아가는 것 같은 착각. 그런데 이제는 안다. 모두 각자의 무게를 안고 산다는 걸.

종교에서도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있고 혹은 삶 자체가 고(苦)라 했다. 인생의 난이도는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고,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린다. 결국 고통이 디폴트라면, 가끔 찾아오는 작은 행복과 즐거움이 우리를 숨 쉬게 하고 버티게 하는 힘 아닐까 싶다.

그러니 완벽하게 살려 애쓰기보단, 복잡한 인생 속에서 틈틈이 찾아오는 좋은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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