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없는 일의 값은 180만 원이었다.
시험을 보면서 나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맞닿아 있는 자리였지만, 그 사실은 더 이상 나를 붙잡아 두지 못했다.
존중은 사라지고, 압박과 텃새가 공기처럼 퍼져 있는 조직 안에서
나는 단 하루도 더 견딜 자신이 없었다.
문제를 풀고 있는 동안에도 손끝이 자꾸 떨렸다.
시험지는 눈앞에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이후’의 장면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는 조용히 짐을 쌌다.
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이별처럼, 마음은 이미 그곳을 떠나 있었다.
그 사이, 나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던 강사가 다가왔다.
시험 문제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고 했지만, 태도에는 성의가 없었다.
한숨을 푹푹 쉬며, 귀찮다는 기색을 숨기지도 않았다.
설명은 설명이 아니었고, 그 시간마저 나를 작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식처럼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척했지만,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이 공간의 공기를 더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자리를 떠난 뒤,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상위 매니저에게 가서 더 이상 다닐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 자리에서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반복된 무시와 불쾌함, 설명되지 않는 압박들.
하나씩 꺼내 놓는 동안에도 혹시 내가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을지 스스로를 검열했다.
하지만 그 상위 매니저는 단 하루밖에 보지 않은 내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말의 끝까지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가장 나를 괴롭혔던 그 강사에게
왜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참고만 있었을까.
그리고 그 억울함에는, 숫자로 남은 대가도 있었다.
퇴사와 함께 남은 것은 공허함만이 아니었다.
월급을 온전히 받지 못한 채로 그곳을 떠나오며,
나는 180만 원이라는 돈을 빚처럼 떠안게 되었다.
생활비로 쓰기 위해 미리 당겨 쓴 돈,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금액.
하지만 퇴사는 모든 계산을 무너뜨렸다.
180만 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 돈은 내가 그 조직에서 버텼던 시간의 값이었고,
참았던 말들, 삼킨 눈물들에 붙은 가격표 같았다.
나는 그 돈을 잃고서야 깨달았다.
존중받지 못한 채 일하는 대가는
결국 마음과 통장, 두 곳 모두에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