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아빠의 마지막 웃음

대기업 합격 소식보다 더 기뻐하던 사람, 우리 아빠였다

by 소윤담

대기업 합격 소식보다 더 기뻐하던 사람, 우리 아빠였다

그때 나는 아빠의 마지막 웃음을 몰랐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었다.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대기업 인턴을 알아보는 친구,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잘 몰랐다.

그래서 취업 준비 대신
화장품 매장에 취직해 판매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일산에서 신촌까지 출퇴근하는 길은 결코 가깝지 않았다.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출근길은 늘 붐볐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일이 꽤 즐거웠다.

손님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향기 가득한 매장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그저 지금 당장 즐겁게 일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일을 그다지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 담긴 마음을 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아빠는 내가 조금 더 안정적인 길을 가길 바랐을 것이다.

그렇게 2년 정도를 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나도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이력서를 다시 쓰고, 토익 학원에 등록하고,
늦은 나이에 뒤늦게 ‘스펙’이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하지만 하나씩 준비하다 보니
결국 나는 대기업 관리부서 담당자로 취업하게 되었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가장 먼저 가족 채팅방에 그 소식을 올렸다.

잠시 후 아빠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빠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 짧은 메시지에서도 느껴졌다.

그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십몇 년 동안 어딘가 얼어 있던 우리 사이의 시간이

마치 눈이 녹듯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아빠의 기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다.

‘아, 아빠가 이런 표정도 짓는 사람이었지.’

생각해보니 나는 오랫동안
아빠의 웃는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성적표 때문에 싸우고, 말다툼을 하고,
서로 등을 돌리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이 그날 하루로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그날 정말 기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합격해서 기뻤다기보다


아마 아빠는 내가 드디어 제 길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더 기뻤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나는 오랜만에 아빠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았다.

아마도 그게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마지막 웃음이었던 것 같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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