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서른 다섯 여름날(with 마스크)

by Soyun

우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학시절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쓴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 손끝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잘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을 벌써 두 번이나 써내려간 것처럼 지금 내 상황은 어떤 어휘력도, 문장력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해져 있다. 내가 말하려는 딱 맞는 단어를 생각해 내기도 힘들 정도이다. 엄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아마도 엄마조차도 내 이야기를 듣기 싫어 하는…조금만 내 감정이 길어지면 얼굴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점차 남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게 되면서 말하는 능력이 퇴화한 것 같다. 그래도 이십대는 시간이 남아서 글이라도 끄적일 수 있었고, 생각은 자유로웠는데… 내 방 안에 스스로 갇혀 있었어도 생각은 우주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과 글을 넘어 내 생각까지 없어진 것 같은 상황이다.



오늘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 각각의 알파, 델타, 감마 등 제 역할을 해야할 뇌파들이 잠을 자고 있단다. 활기차고 활발하게 각자의 색깔을 뿜어내야 할 뇌파 차트에서 내 뇌는 온통 숲과 같은 초록색. 앞, 뒤, 옆 할 것 없이 입체적으로 모두 초록색이었다. 무슨 의미냐고 꿈벅이는 내 눈을 보고 의사가 한 말은 “그냥 멍하다는 거예요.” 차라리 “멍한 상태입니다”라고 했으면 충격이 덜 했을텐데, 마치 ‘너는 이제 너무나도 멍청해져서 이 세상 살아가기엔 어려움이 많을 거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내가…생각을…잃었구나…생각하는 능력에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허무하고 하늘이 노랬다. 집에 오는 길에 실수로 곧 도착한다는 버스를 잘못 본 것도 모두 다 내 뇌세포가 기능을 멈춘탓 같았다. ‘나는….이제…어떻게 살지?’



사실, 신경정신과에 첫 번째 방문을 했을 때, 스스로의 치료기법을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내 병은 내가 잘 알아’처럼…트라우마를 정면돌파하여 좋은 기억은 사진처럼 내 마음에, 머릿 속에 전시를 하고, 어둡고 아팠던 기억들은 이번 기회에 마지막으로 꺼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영원히.



나름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오늘 들을 소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밖에. 가만히 받아들이고, 또 가만히 있는 것은 내 성격상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므로.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도, 이제는 내 이야기를 쓰고싶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있다고, 내가 살아서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은 가장 아픈 기억이자, 내 평생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부터 꺼내 자가치료를 하려고 한다.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이미 이십 대에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그리 아픈 기억들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또 위로가 된다. ‘스스로’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아직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왜, 그냥 참았는지, 왜 아직도 그대로 끌고 오면서 나를 내가 아프게 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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