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3일 일요일

Die Uhrzeit

by Soyun

첫째, 둘째, 셋째 날까지 괜히 왔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처음 묵었던 호텔 탓이었다. 도착 첫날, 깜깜하게 불 꺼진 방 창문에 달려있던 커튼은 얼마나 칙칙하고 무섭던지…이 방에서 몇 달, 혹은 몇 년을 지내야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호텔 키는 무슨 망치처럼 크고 무거워서 과연 내가 짐을 방 안에 두고 다니는 건지, 들고 다니는 건지 모를 정도로 불편했다. 첫 날 저녁 가까운 동네 탐방을 하고 방 안에 들어와 핸드폰 유심을 바꾸며 인터넷 연결을 시도했다. 워낙 이런 것들에 젬병이라 한국에 있는 동생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왠일로 내 모든 신경질을 다 참아내면서 “괜찮아. 잘했어.”라는 카톡을 보내주는 평소와 다른 동생이 고맙고 그리워서 역시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에 혼자 또 울고 말았다.



여기선 정말 나 혼자인데, 내가 어쩌자고 이 곳을 내 발로 저벅저벅 왔는지 서러웠다. 셋째날은 일요일이었고, 호텔 앞의 성당을 찾아갔다. 기도를 하고 촛불을 켰는데, 꼬불꼬불한 긴 심지에 얼마나 불이 빨리 붙던지, 손을 데이고 말았다. 너무도 놀라 바로 옆 성수에 손을 담갔다. 성령의 불이 이렇게 온건가 하는 생각과 또 한 번 서러워져서 Hauptwache로 기차를 타고 나갔다.



일요일 오후, 종탑 소리를 들으며 혼자 먹는 brunch. 하늘과 햇살까지 모든 게 여유롭고 점차 나도 그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사흘 동안 바꾸지 않았던 손목시계 시침을 한국보다 8시간 느린 독일 시간에 맞추었다. 이제 이 곳의 시간이 내 시간이다. 독일이, 프랑크푸르트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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