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genwart

현재를 살아간다는 거.

by Soyun

나는 독일어를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일어 단어는 Gegenwart. ‘현재’를 의미하는 말이다. 나는 이 단어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Vergangenheit)’와 ‘미래(Zukunft)’를 뜻하는 단어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나는 문법학자도, 언어학자도 아닌데,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그냥 느낀 점을 일기처럼 적어보려고 한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내가 순전히 그 단어들을 ‘나만의 느낌’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뜻하는 Vergangenheit은 Gehen 동사(‘가다’라는 뜻)의 과거분사 gegangen과 비슷 하다. 스쳐 지나가는 의미의 Ver-가 앞에 붙어서 Vergehen이 됐고, 이 동사가 다시 과거분사 vergangen으로 변하고 여기에 명사형 어미 -heit이 붙은 거다. 그래서 독일어에서의 과거‘이미 지나가 버린 것’의 느낌이 더욱 강하다. 그에 비해 미래를 뜻하는 Zukunft는 ‘~쪽으로’의 의미가 있는 Zu-와 도착의 의미가 있는 Kunft가 합쳐져서 ‘이제 이쪽으로 오게 될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럼 나는 왜 현재(Gegenwart)를 좋아할까. Gegenwart를 내 방식대로 쪼개 보면, 어딘가에 맞서는 Gegen(영어의 against와 의미가 비슷하다)과 Warten 동사(기다리다)에서 나온 Wart가 함께 붙어 있는 단어다. 즉, 무언가에 ‘대항하여 맞서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지금 이 상황이 ‘현재(Gegenwart)’를 표현한다고 느껴진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서’ 더 이상 뭔가 바꿀 수가 없고, 미래는 ‘이쪽으로 오게 되겠지만’ 언제 올 지 모른다. 대신, 내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건 ‘현재(Gegenwart)’다. 늘 일상에서 대항하고, 희망을 품고 뭔가를 기다리며 사는 게 나의 지금, 현재 같아서 나는 독어의 Gegenwart를 좋아한다. ‘현재’를 나타내는 이보다 더 좋은 단어가 있을까.


마주친 상황이 힘들 때가 있으면 조용히 이 단어를 발음해본다.

Gegenwart.


지금의 힘듦에 대항하고, 내가 희망하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상황. 이 현재는 누구에게나 Gegenwart라고 불리므로. 그리고 ‘현재’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니까.


얼마 전에 ‘아흔에 바라본 삶(찰스 핸디)’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읽었다. 지금의 힘듦을 이겨낼 punch line이 무료로 나눠주는 종이 책갈피에 적혀 있어서 매일 보는 거울 옆에 붙여 두었다. 매일 아침 이 문구를 보면서 나의 Gegenwart를 잘 헤쳐 나가야겠다.


“모든 것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 그 특별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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