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신 작가님
해산
“우리 한잔할까?”
선 굵은 턱을 가진 여인에게 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한 시절 남자였던 여인은
사내의 눈을 오래 응시하며 침묵했다
입을 열어 뱉을 수 없었던 긴 이야기 실타래가
여인의 눈 속에 뭉쳐 있다
여인이 좋아하는 파전 안주와
한 잔 술
여인은 파전 한입 삼키며 실 하나를 당겼다
거칠게 얽혀 뭉쳐 있던 실은
기름이 발려 술술 풀렸다
여인과 사내는
한 잔 눈물과
한 입 모욕을
번갈아 삼켰다
밖은 백만 명 고함이 쩌렁쩌렁 울리는데
어스름히 아른거리는 불빛 아래 작은 탁자 사이에 놓고
사내였던 여인과
사내의 모습을 한, 여인도 사내도 아닌 한 존재가
마주 앉았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외치는 소리에 마음이 아프다.
적어도 역차별과 법 제정 반대를 외치기 전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번뇌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신이 사내의 모습을 하고 이 땅에 왔던 때에, 당시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창녀, 세리 등 많은 이들이 그와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브런치에서 우연히 트랜스젠더 작가님의 몇몇 글을 읽었다. 교회에서 신앙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여자가 된 후, 신앙은 잃지 않았으나 갈 수 있는 교회가 없어서 그 시절이 그립다고 언급했던 글이 있었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고, 주위에서 만나보지 못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에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가 '역차별'이라는 말로 불편함을 쩌렁쩌렁 주장하기 전에 이미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 속에서 수많은 밤을 잠 못들고 지새우다 스스로 생을 저버리기까지 고통 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이라면, 그 분의 영이 마음에 있다면, 우선 같이 밥이라도 먹으며 대화하지 않을까? 함께 술 한잔 하자 청하지 않았을까?
열심히 글을 쓰시다 고인이 되신, 얼굴도 본 적 없는 작가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