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참석이 아닌, 참여를 한 것은 처음이다. 내가 태어나 아장아장 걸음마를 할 무렵 역사에 움푹 파인상처의 흔적을 남긴 대규모 항쟁이 광주에서 있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은 권리에 목말라 있었고, 독재에 불타올랐으며, 몸을 던지는 시위에 익숙한 세대였다. 나는 그러한 피 끓는 투쟁의 정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회 곳곳에 널브러져 뒹굴던독재의 파편들을 밟으며 자랐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길을 걷다 발에 차이는 파편들이 더 커지고 성가셨다. 뭐가 달라진 거지? 걸리적거리는 파편들을 뻥 차버리기도 하고, 쓸어보기도 하다가 깨달음에 이른다.
'걷는 방법을 바꿔야겠네!'
사이버대학에서 언어치료를 공부하기 시작한 시점은 내가 아직 걷는 방법을 바꾸기 전이었다. 세상과 마주하는 일이 너무 걸리적거렸다. 사이버대학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교육 기관 이상의 의미였다.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빼꼼히 열어 놓은 채 누군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성가신 파편을 밟지 않고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었다. 육아와 재활, 학업을 병행하는 고된 터널을 지나며 나는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서툰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었다.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달라진 '걷는 법'이었다.
국시원을 상대로 한국언어재활사협회가 제기한 '언어재활사시험시행계획공고처분 취소의 소'에 대해 대법원은 3심 재판 전에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했다. 2심의 협회 승소가 확정된 것이다.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힘없는 사람들한테 가혹한 법'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나? 2심 결과가 이변이라고 생각했지만 깊이 뿌리내린 불의와 권력의 벽이 단단한 것은 실은 이변이 아니었다. 나의 윗세대가 그들의 몸을 던져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그 벽은 어딘가에 늘 존재해 왔던 것이다.
생업과 가사, 육아를 해내며 공부했던 많은 학생들이 통곡하고 호소했다. 2개 사이버대학 언어치료학과 재학생, 졸업생들이 보건복지부 앞에 모여 피켓을 들고 외쳤다.
"응시 자격 부여하라!"
"자격 박탈 웬 말이냐!"
"마녀 사냥 하지 마라!"
바쁜 일정을 접고 보건복지부 앞에 모여 외친 그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던 사람들이었다. 한 학생의 남편과 아이도 함께 했다. 그녀가 공부하는 동안 함께 고생한 사람들이다. 보건복지부가 사이버대학 언어치료학과 학생들을 위한 특례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법의 틈을 교묘히 파고드는 이들이 어떤 압박을 가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국가가 인정한 자격 과정을 동일하게 거쳤고, 절대 평가인 국가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상대로 오프라인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고시에 불합격한 사람들까지 원고로 포함하여 소를 제기한 비상식적인 집단이기에.
법이 버린 자들의 간곡한 호소와 눈물의 현장
보건복지부의 흔들리지 않는 결심을 촉구하는 집회 전날 밤 전화가 왔다. 졸업생 입장에서 호소문을 낭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전에 브런치에서 발행했던 '방향 잃은 협회에 고함'에 담겼던 내용을 보신 것이다. 시위 버전으로 급하게 수정했다.
당일 호소문을 낭독하는 중간중간 선생님들의 열띤 호응이 느껴졌다. 나중에 몇몇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며 너무 통쾌했노라는 소감을 들었다. "다들 생각하고 있던 거였는데, 콕콕 짚어주셔서 너무 시원했어요!" 아아! 실은 나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서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현재 사이버대학과 협회 측 모두 국민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한쪽은 피해자인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례 방안을 마련하라는 청원이며, 다른 쪽은 특례를 반대한다는 청원이다. 여태 똑같은 국가고시를 치러 왔으면서도 오프라인 대학의 자격 요건이 더 강화되어 있어 의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주는 꼴이라나, 뭐라나. 본인들 열등감을 왜 자꾸 의대를 들먹거리며 해소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역시 알 수 없는 그분들.
억울하고 피 끓는 학생들의 마음에 공감하시는 작가님들께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 원격 대학 피해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민 청원에 동참해 주시고, 주변에 널리 알려주세요.
국회전자청원 > 국민동의 청원 > 보건복지부 언어재활사 자격증 및 국가고시 자격 추진에 관한 청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