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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써보자!

by 해산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훑고 또 훑으며 퇴고를 한 후 맞춤법 확인은 한글과 브런치 시스템을 이용해서 더블 체크. 여태껏 글을 써온 방식이다. 그러나 오늘은 휴대폰으로 쓰는 신선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허리가 아파서이다.

물리치료, 도수치료, 열심히 받고 있지만 조금만 오래 앉아 있으면 참기 힘든 상태가 된다. 소파의 도움으로 적당한 각도로 누워 중지를 톡톡 두드리며 글 쓰는 게 영 어색하다. 뭔가 대충 하는 것 같고, 성에 차지 않는 까끌한 기분을 살포시 눌러본다.


그러고 보면 난 일상에서는 허당일 때가 많으면서 일이나 과제를 대할 때는 진심에 완벽주의, 정도 고집 같은 피곤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편인 것 같다. 그 시스템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타협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처럼 몸이 거부할 때이다.


쓰고 있던 글을 저장해 두고 흐르는 대로 쓰니, 새로운 시도가 좋다기보다 불만족스럽다. 그럼에도 시도하는 이유는 허리가 단번에 나을 것 같지 않고, 변화하는 몸에 적응하고 싶어서이다. 나의 정도를 실천하고자 완벽한 몸 상태를 기다리자면 몇 달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쓰고자 하는 욕구보다 숨고 싶은 욕구, 안주하려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를 잡을지 모른다. 열정은 그토록 가볍다. 인공위성까지 날아오를 것 같다가도, 다음날 땅굴 파고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바람 꽉 찬 튜브처럼 내 마음의 기대치를 양껏 채울 날들도 있겠지만, 절반에도 못 미쳐 쭈글거리더라도 몸이 열정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숨을 한데 모아보는 시간이다.

그만하라는 신의 뜻이 아니라면, 방법이 생기겠지.


몇 시간 남지 않은 2024년에 작별을 고하고 싶다. 헛된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는 2025년이 되길 바라며, 비극적인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가족과 이웃들이 아픔을 잘 이겨내 주길 기도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것도 대충은 아닌 것 같다.

새해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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