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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화 Jul 25. 2017

회사형 인재의 정의를 나만 몰랐던가

나만 몰랐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회사형 인재상

오랜만에 전에 다니던 회사의 동료를 만나서 끝도 없는 수다를 떨었다.
회사에 다닐 적에도 자주 만나 마음을 나누던 동료였다. 못 만나온 시간만큼이나 할 말이 많았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속병이 나겠다며 한탄을 한다. 괜히 머쓱해져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둘 다 아쉬운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A 가 임원으로 승진을 했다는 소식, B 가 부서를 옮겼단 소식, C 가 그렇게 무시했던 옆 부서로 자원해서 갔다는 소식. 오랜만의 수다에는 얼마 지나지 않은 조직개편 소식도 함께였다.
A 가 결국 임원이 되었구나. 나의 회사는 아니었으나,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내 기억 속의 A 는 그리 똑똑한 리더는 아니었다.
어려운 설명은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이 곤란해지면 으레 결론만 쉽고 간단히! 보고의 기본을 모른다며 되려 부하 직원에게 훈수를 두곤 했다.
사내정치에 어찌나 능한지 항상 혼자만 살아남았었다. 과거의 어느 때엔, 누군가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그가 될거라고 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A 는 그 시간을 모두 버텨왔고, 지금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있다. 이젠 임원 승진까지 하셨다니 진정한 승자가 아닌가 싶다.

A 는 유독 대접받는 것을 좋아했다. 하기야 대접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는 언제 어느때나 나는 리더이니까, 나는 팀장이니까 이 정도 대우는 받아 마땅하다라는 것을 온 몸으로 표출했다.
나는... 그런 A 가 싫었다. 회사를 본인의 놀이터 쯤으로 생각하는 그의 태도가 싫었다. 교육하는 사람의 철학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올곧은 회사원 마인드가 싫었다. 그땐 그랬다.

A 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었다. 나는 A 의 그런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퇴사하는 그 날까지 웃는 얼굴로 할 말 다하는 참~ 까탈스러운 김과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고개 숙이지 않았다. 아니 고개숙이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다. 매번 회의 때마다 잘못된 부분을 꼬박꼬박 짚으며 반박했고, 털끝 하나라도 책 잡히기 싫어서 그에게 보내는 기획안이나 메일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열어보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내 동료는 달랐다.
A 가 싫어서 입을 닫았다. 그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했다. 사람이 싫다고 일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소대로 열심히 흠집없이 일을 마무리했다. 문제가 생기면 A 얼굴을 한 번 더 봐야하니 더욱 말끔하게 일처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 만의 반항이었다고 해두자.
A 는 말 없이 일만하는 내 동료를 약자로 생각했었나 보다. 남들에게 가서 험담을 하고, 고과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부서로 보내지도 않았다. 자기 밑에 두고 계속해서 어렵고 힘든, 내 동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던졌다. 조직도 상에서는 A 가 부서장이었으므로 언제나 성과는 A 의 몫이었다.

내 동료는 오늘도 A 욕을 하면서 회사를 다닌다. 한숨을 쉰다.
하지만 A 때문에 퇴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냥 더러운 상사를 만났다고, 똥 밟았다고 생각한다며 웃어넘긴다. 
"A 와 함께  하는 시간 또한 인생에 한번 뿐인 순간들인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차마 내 동료에게 이 말까지는 하지 못했다.




회사를 나와서 조금 떨어져보니 보인다.
우리가 그렇게 욕하고, 비난하던 A 야말로 회사에서 원하던 인재상이 아니었을까.


모두들 회사에 이상한 상사 한 명 쯤은 데리고 산다. 신기하지.
그리고 그 상사는 꼭 말도 안되게 승진을 하고,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 한다. 우리가 모시는 리더 중에 정말 리더감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깜냥]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


우리는 리더의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윗 자리에 오른다고 탄식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원하는 깜냥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리더의 깜냥과 다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 는 본인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최고의 인재일지도 모른다.

회사에서의 능력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타이밍에 맞추어 적절한 권한과 자리를 주는 것.
그 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에서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적어도 그 타이밍에는 회사형 인재가 아닌 것이다.

새삼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A 가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욕을 하도 먹어서 오래 살겠네~ 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저렇게 한 평생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회사형 인재의 마지막이 문득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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